[NPL 플레이어 경쟁지도]대신·키움F&I, 은행계 발목잡힌 사이 증권계 '스퍼트'⑥대신F&I, 하나F&I 넘어서며 2위 도약…키움F&I, 우리금융F&I 제치고 '빅4' 진입
김보겸 기자공개 2025-03-14 12:53:23
[편집자주]
올해의 '큰 장'으로 부실채권(NPL)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그늘 속에서 역설적으로 활황이 기대되는 곳이다. 자본비율 관리에 나선 1금융권이 NPL을 대거 매각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NPL 정리를 압박하고 있다. NPL 시장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도 예고된다.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 시장'에 대비하는 NPL 전업투자사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1일 15시4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실채권(NPL) 매입 시장은 오랜 기간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은행계 NPL 전문투자사 중심으로 굳어져 왔다. 2022년에는 NPL 전체 매입시장의 83%를 유암코와 은행계가 점유하며 증권계 투자사들은 변방에 머물렀다.그러나 최근 은행계 NPL 전업투자사들의 자본건전성 강화가 추진되면서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사이 증권계 NPL사들이 매입규모를 늘리며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신·키움F&I, 하나·우리금융F&I 매입규모 넘어섰다
최근 증권계열 NPL 전업투자사들의 외형확장이 은행계 전업투자사 못지 않게 활발하다. 대신증권 100% 자회사인 대신F&I와 키움증권과 다우기술이 각각 지분 98%, 2%를 보유한 키움F&I의 매입 점유율이 30%까지 상승하며 70%를 차지한 은행계 투자사들과의 격차를 좁혔다.
이는 2021년(증권계 23%)과 2022년(증권계 16.5%)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대신F&I와 키움F&I가 공격적으로 NPL을 매입하며 시장점유율을 크게 확대하는 한편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금융지주 차원의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위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 주된 이유다.

증권계 NPL 투자사 중 가장 많은 부실채권을 인수한 곳은 대신F&I다. 2024년 미상환원금잔액(OPB) 기준 NPL 매입 규모는 1조4179억원으로 전통적인 최다 매입자인 유암코(3조756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수량을 기록했다. 이는 은행계 대표 NPL 투자사인 하나F&I(1조2330억원)보다도 많은 규모다.
이에 따라 NPL 매입시장 점유율 역시 4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0.2%에서 2022년 10.6%, 2023년 11.8%로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대신F&I의 점유율은 2024년 17.1%까지 상승했다. 2021년 31.6%였던 하나F&I 점유율은 지난해 14.8%까지 감소했다.
키움F&I도 공격적인 매입 전략을 펼치며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 NPL 매입 규모는 1조577억원으로 2022년 1407억원 대비 약 7.5배 증가했다. 특히 키움F&I는 지난해 매입규모가 8118억원에 그친 우리금융F&I를 넘어서면서 주요 은행계 전업투자사와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매입시장에서의 점유율 역시 2022년 5.9%에서 2023년에는 11.1%로 올랐다. 2024년에는 12.7%를 기록하며 하나F&I(14.8%)와의 격차를 2%포인트 이내로 좁혔다.
증권계 투자사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은행계 투자사들의 리스크 관리 기조 때문이다. 우리금융F&I와 하나F&I는 금융당국의 자본건전성 관리 지침에 따라 NPL 매입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반면 증권계 투자사들은 외형 확장을 통해 NPL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NPL 업계 관계자는 "실제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적극 매입에 나서며 점유율을 높여가던 하나F&I는 하반기 들어 속도조절에 나섰다"며 "이들의 빈자리를 대신F&I와 키움F&I가 흡수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자산 성장으로 입지 강화…수익성 과제는 남아
증권계 NPL 투자사들의 매입규모 확대는 총자산 증가와도 맞물려 있다. 국내 5대 주요 NPL 전업투자사(유암코·하나F&I·우리금융F&I·대신F&I·키움F&I)가 보유한 총자산은 2023년 12조2833억원에서 2024년 15조6426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65.1%인 10조1816억원은 유암코와 하나F&I·우리금융F&I 등 은행계 투자사가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간 대신F&I·키움F&I 등 2개 증권계 투자사의 총자산은 5조4610억원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특히 증권계 투자사의 자산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대신F&I와 키움F&I가 전체 NPL 전업투자사 자산의 33%를 차지했지만 2024년에는 35%까지 확대됐다. 반면 같은 기간 하나F&I와 우리금융F&I의 자산 비중은 27%에서 26%로 감소했다. 증권계 투자사들이 시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확대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자산 성장이 순이익 증가로 모두 이어지지는 않았다. 키움F&I는 2023년 4032억원이던 자산이 지난해 8016억원으로 두 배 가량 성장했다. 순이익도 72억원에서 92억원으로 증가하며 성장세를 유지한 것이다.
반면 대신F&I는 총자산이 3조2691억원에서 4조770억원으로 25%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327억원에서 175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대신F&I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NPL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48%)만큼이나 부동산개발 및 대체투자(34%)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손비용 증가와 조달금리 상승이 순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증권계 NPL 투자사들의 시장점유율 확대가 앞으로도 이어져 구조적 변화를 이끌지 주목된다. 유암코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증권계 투자사들이 지속적으로 외형을 키워 나가면서 향후 시장 구도가 더욱 다변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파이낸스
-
- 임재택 변심에 당황한 다올증권, 황준호 체제 이어지나
- 한투저축, 전찬우 대표 사실상 연임…쇄신보단 '안정'
- 삼성생명, 이사진 3명 교체...위원회 개편은 최소화
- 오우택 한투캐피탈 대표 재연임…부동산금융 의존도 해소 과제
- HB저축, 여신관리 인력 대거 승진…부실 관리 '사활'
- [NPL 플레이어 경쟁지도]대신·키움F&I, 은행계 발목잡힌 사이 증권계 '스퍼트'
- [금융지주 이사회 시스템 점검]KB금융, 사외이사 키워드 '소비자보호·여성'
- [은행권 신지형도]빛났던 신한은행, 리딩뱅크 수성 전략은
- DB손보, 당국 출신 사외이사 대체영입...내부통제 공백 없다
- 유화증권 8년만에 최대 배당, 오너가 몫도 늘었다
김보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금감원, '정기검사 1호' 네이버파이낸셜 본사에 헤쳐모인 까닭은
- [NPL 플레이어 경쟁지도]대신·키움F&I, 은행계 발목잡힌 사이 증권계 '스퍼트'
- [금융권 AI 빅뱅과 리스크]애큐온저축은행, AI로 극복한 신용평가 한계
- 금융업 제3자 위탁 시 '리스크 대응' 필수…첫 타자는 보험
- [금융권 AI 빅뱅과 리스크]BC카드, AI 가이드라인 초석 쌓았다…업계 유일 협의체 참석
-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서민금융 공급 역할 강화 의지"
- [KB금융 CEO 인사이트]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비 올 때 우산 안 뺏겠다"
- [금융권 AI 빅뱅과 리스크]신한캐피탈, AI로 내부업무 혁신…핵심은 '데이터 신뢰성'
- [Sanction Radar]AML 허점 드러난 여전사... 미국 '세컨더리 생크션' 대비 시급
- [NPL 플레이어 경쟁지도]우리금융F&I, 고속성장 후발주자…지주 혼란 속 전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