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PF 포트폴리오 점검]브릿지론 줄인 현대건설, 연대보증 감축 '과제'전체 신용보강 증가, 미착공 우발부채 감소…미분양 리스크 부담
이재빈 기자공개 2025-03-20 07:55:58
[편집자주]
건설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부채 관리가 건설사들의 공통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만 대응전략에 있어서는 차이가 엿보인다. 본PF 전환을 활발하게 하는 곳부터 만기를 길게 설정하고 경기 반등을 기다리는 곳까지 각자 처한 상황에 맞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더벨은 주요 시공사들의 PF 우발부채 현황과 위험수준, 대응여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14시5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은 브릿지론 우발부채 규모를 꾸준히 줄이고 있는 시공사 중 한 곳이다. 지난해 전체 PF 신용보강 규모는 늘었지만 브릿지론에 제공된 보증액은 2조6393억원 감소했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본PF로 전환된 효과다.브릿지론 우발부채 감소세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프로젝트가 본PF 전환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르메르디앙호텔과 남산힐튼호텔 개발사업은 상반기 중 본PF 전환이 예정돼 있다. 이마트 가양점 개발사업은 하반기 본PF 전환이 목표다. 다만 일부 본PF 사업지에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약정 형태로 신용을 보강한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릿지론 우발부채 4조5434억→1조9401억, 다수 사업장 본PF 전환 '성과'
2024년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이 PF대출과 관련해 신용을 보강하고 있는 우발부채 규모는 12조8166억원으로 집계됐다. PF 신용보강 규모는 2022년 말 9조5677억원, 2023년 말 11조1307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PF 우발부채는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브릿지론 신용보강 규모는 줄었다. 2024년 말 기준 브릿지론 우발부채는 1조9401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4조5434억원이었던 2023년 말 대비 57.3%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다수의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본PF 전환에 성공하면서 브릿지론 우발부채 규모가 축소됐다. 전환된 주요 프로젝트는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 △가산동 LG전자 연구소부지 개발사업 △수서역세권 개발사업 등이다.
인창개발이 시행하는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은 국내 최대 규모의 PF 딜이었다. 2023년말 기준 보증금액만 1조5185억원에 달해 당시 기준 현대건설 브릿지론 우발부채의 33.4%를 차지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2조8000억원 규모 PF 대출약정을 체결하면서 리스크를 줄였다.
이 사업은 CJ공장이 위치했던 서울특별시 강서구 가양1동 92-1번지 일원 9만3686㎡ 부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지상 7층~지상 14층 규모로 지식산업센터와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을 조성한다. 공사비만 1조6267억원에 달해 현대건설에 매년 37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산동 LG전자 연구소 부지 개발사업은 두 차례에 걸쳐 본PF 조달이 이뤄졌다. 시행사는 2024년 8월 A부지를 통해, 같은해 10월에는 B부지를 통해 각각 4500억원, 4200억원 규모 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두 사업지 모두 지식산업센터로 개발된다.
브릿지론 사업장의 본PF 전환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돈 청년주택 개발사업은 지난달 본PF로 전환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57억원의 신용보강이 제공됐던 사업지다. 해당 사업장이 본PF로 전환됨에 따라 현재 기준 현대건설의 브릿지론 우발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추가 감소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다수 사업장서 자금조달 추진, 지식산업센터·오피스텔 우발부채 '숙제'
현대건설은 올해에도 다수의 사업장을 본PF로 전환시켜 브릿지론 우발부채를 감축할 계획이다. 시점별로는 상반기에 2곳, 하반기에 1곳의 본PF 전환이 예정돼 있다.
먼저 서울 강남구 르메르디앙호텔 개발사업이 상반기 본PF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현대건설이 2650억원 규모 연대보증을 제공하는 한편 지분 29.99%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이다. 현재 브릿지론 대출 만기는 오는 6월로 설정돼 있다.
서울 이태원구 남산힐튼호텔 개발사업도 상반기에 본PF로 전환될 예정이다. 시행을 맡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의 지분 12.38%를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다. 신용보강 규모는 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과 함께 국내 최대 규모 PF 사업장으로 꼽히는 이마트 가양점은 하반기에 대주단을 모집한다. 당초 상반기 조달을 목표로 했으나 연달아 조단위 자금을 모집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본PF 전환 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말 기준 보증금액은 8640억원이다.
브릿지론 우발부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등 강도높은 수준의 신용보강 규모가 여전하다는 점은 부담이다. 본PF 대출약정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하는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의 경우 1조8060억원에 대해 현대건설이 연대보증 및 자금보충 약정 형태로 신용을 보강하고 있다.
가산동 LG전자 연구소 부지 개발사업도 비슷한 구조로 자금조달이 이뤄졌다. 전체 약정액 8700억원 중 5000억원에 대해 현대건설의 자금보충 약정이 제공됐다. 이 사업도 지식산업센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이들 사업지 외에도 시흥 물류센터 개발사업(1950억원)과 천안 오피스텔 개발사업(1508억원), 경주 도시개발 조성사업(2195억원) 등에 연대보증 형태로 신용보강이 제공됐다. 공동주택 개발사업 관련 우발부채를 제외하고 봐도 현대건설이 2조8713억원 규모 미분양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브릿지론 사업장이 본PF로 전환되면 시공사의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 약정이 소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상 책임준공 및 미이행시 채무인수 약정 형태로 조건부 신용보강이 제공된다. 시공사가 기한 내에 공사만 마무리하면 미분양 리스크로부터 단절될 수 있는 셈이다.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 등에 적용된 신용보강 구조는 미분양 리스크 일부를 현대건설이 책임지는 구조다. 분양률 저조 등으로 인해 PF대출 만기 시점에 상환자금이 부족할 경우 현대건설이 대신 채무를 이행해야 한다. 상당수 사업이 공동주택 대비 미분양 리스크가 큰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 과정에서 현대건설이 높은 수준의 신용보강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대건설은 연대보증과 자금보충 약정 현실화에 대한 대응능력을 확보해 둔 상태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1542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57억원으로 집계됐다. 현금성자산으로만 3조2399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미분양 리스크가 현실화돼도 현재 자금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지급여력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2024년 말 유동자산은 12조6065억원, 유동부채는 7조6701억원으로 집계돼 유동비율 164.4%를 기록했다. 1년간 현금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규모가 상환해야 하는 부채를 64.4%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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