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차이나 공략 키워드]미국 눈치보다 생존 먼저, 민감한 시기 '정면돌파'[국내외 정치]미중 갈등·국내 정치 혼란 속 과감한 행보, '사즉생' 몸소 실천
김경태 기자공개 2025-04-01 08:21:26
[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달라졌다. 수개월간 잠행을 이어갔지만 이달 들어 '사즉생'을 외치며 과감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중국을 찾아 글로벌 행보에 재시동을 걸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미중갈등으로 상당히 민감한 시기 현지 영업에 직접 나선 모양새다. 그 행보가 보여주는 의미가 적잖다. 이 회장의 중국 행보가 지닌 의미와 삼성 계열사에 미칠 영향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6일 15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사법리스크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 작년 11월 25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 2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공식 행보를 자제했다. 거의 매해 명절마다 진행하던 격오지 사업장 방문도 거르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올해 2월 2심에서 '전부 무죄' 판결을 받고도 정중동은 지속됐다. 검찰 상고로 대법원까지 가게 되자 이 회장의 은둔이 더 지속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국내 정치 혼란이 종식되지 않은 시점에 야당 대표와 만나고 임원 세미나에서 '사즉생'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이런 가운데 그는 해외 출장도 나섰다. 그 중에서도 '중국'을 가장 먼저 찾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중 갈등이라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이지만 마냥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글로벌 CEO들과 마찬가지로 삼성 입장에서 중국 시장은 포기할 수 없다.
◇중국발전포럼 2년만 방문, 미중 갈등 속 글로벌 CEO 집결
2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달 23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개최된 중국발전포럼(CDF)에 참석한 뒤로도 현지에 체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이번 주 금요일(28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정중동 행보를 깬 이후 첫 공식 출장지로 중국을 택했다. 이는 다른 글로벌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미중 갈등 속에서도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기 어렵다는 생존에 기반한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국내 대기업 대다수는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사업을 펼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 수년간 중국 현지 기업의 급부상,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해 아시아 생산 거점을 중국에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전하는 추세였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톈진 법인을 단계적으로 철수했다. 2018년말 스마트폰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2020년에는 TV 생산 공장을 폐쇄했다. 법인 청산은 작년 완료됐다. 삼성전기 역시 쿤산 모바일 기판 법인 청산을 지난해 끝냈다.

중국이 생산거점으로서 매력을 잃었지만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소비 시장으로서 가치를 잃지는 않았다. 여기에 현지 기업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글로벌 대기업들은 기업간거래(B2B)에서 기회를 노릴 수 있다.
이 회장뿐 아니라 미국 등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CEO들이 이번 중국발전포럼을 찾고 시 주석을 만나려는 이유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아민 나세르 아람코 CEO,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등 80여명의 경영자들이 중국발전포럼에 참석했다.
일단 현재까지 알려진 이 회장의 현지 기업인 미팅을 보면 자동차 전장사업 영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선전으로 헬기를 타고 이동해 BYD(비야디)를 찾았다. 전장사업과 관련된 삼성 계열사로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이 있다. 미중 갈등의 틈바구니 속 민감한 시기이지만 이 회장이 직접 톱레벨 영업에 나선 셈이다.
◇계엄 파장 완전 종식 전 이재명 대표 회동, 비공개 대화 진행
이 회장은 이달 2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서울 강남 '멀티캠퍼스 역삼'에서 만났다. 공식적으로는 삼성이 운영하는 '청년 SW아카데미(SSAFY)'를 통한 사회공헌, 청년 고용 창출 등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다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대통령 탄핵 심판 등이 진행되며 정치적 혼란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들어 이 회장만 이 대표를 만난 것은 아니다. 류진 한경협 회장은 이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표와 민생경제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기업인으로서 당시 회동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다만 이 회장은 9년 전 정치적 격변에 휘말렸다. 이달에도 국내 정치는 혼란을 거듭하는 극히 민감한 시기가 지속됐다.
이 회장이 작년 2심 선고 전부터 수개월간 정중동 행보를 보였다. 이 대표와 회동이 잠행을 깨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한 사례였다.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이 회장이 국내에서도 여지껏 보기 어려웠던 과감함을 보인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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