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회계 톺아보기]"결국은 기술" 연구개발비 30조 돌파한 삼성전자지난해 35조 육박, 매출 대비 11.6%로 상승…자산화 없이 전액 비용처리
원충희 기자공개 2025-03-28 08:10:12
[편집자주]
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13시2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6월, 12일간의 유럽 출장 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부터 열린 삼성 임원 세미나에서도 다시 한번 얘기됐다. 그만큼 '초격차' 기술 경쟁력을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기조에 맞춰 연구개발(R&D)비도 해마다 증가세다. 8%에 머물던 매출액 대비 R&D 지출은 2023년 두 자릿수를 넘더니 작년에는 11%대를 넘었다. 매출액 가운데 10분의 1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35조 육박, 사상 첫 30조 돌파
삼성전자의 2024년 연결기준 연구개발비는 35조215억원으로 이 중 정부보조금으로 차감되거나 자산화된 연구개발비를 제외하고 34조9981억원이 비용으로 처리됐다. 이는 전년(28조3397억원)보다 23.5% 늘어난 수준이다.
매출액 대비 비율은 11.6%로 전년(10.9%)보다 상승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율을 보면 2021~2022년에는 8%대 머물다가 2023년에 두 자릿수에 올랐으며 작년에는 11%대를 웃돌았다. 매출의 10분의 1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한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R&D 지출이 증가세로 전환된 시기는 2017년부터다. 이전에는 감소세를 보였다. 2014년 15조3255억원에서 14조8487억원, 2016년 14조7923억원으로 계속 줄었다. 그러다 2017년 16조8031억원으로 대폭 늘더니 2018년엔 18조6503억원을 찍고 2019년에는 20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하반기 종합기술원 조직개편 및 통합을 진행, R&D의 효율화를 꾀했다. 신기술이 사업화되는 프로세스를 단축하고 제품에 적용되기까지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비가 증가한 시기도 이때와 맞물린다. 30조원대를 돌파한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연구 및 인력개발준비금은 13조7696억원으로 전년(15조5753억원)보다 감소했다. 이는 연구 및 인력개발 등에 소요되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한 자본계정으로 세법상 손금으로 처리되는 부분이다.
◇개발비 자산화 없이 전액 비용처리…'회계안정성' 제고
삼성전자의 R&D 회계처리의 특징은 개발비 자산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습득한 기술이나 신제품 중에서 상용화 등을 통해 수익창출이 가능한 부분은 자산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회계기준상 경제적 효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유·무형 요소는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취급된다.
기술적 실현가능성, 미래 경제적 효익 등을 포함한 자산인식 요건이 충족된 시점 이후에 발생한 지출금액은 무형자산에 포함된다. 개발비 자산화를 거치면 연간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R&D 지출 가운데 일부를 보전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수년째 자산화 처리를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개발비 자산화 비율은 꾸준히 떨어졌다. 한때 6~7%에 이르던 자산화 비율이 매년 낮아져 최근 3년간 '제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모두 당기비용으로 처리한 셈이다. 2015년만 해도 무형자산 중 개발비는 1조6875억원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0원이 됐다.
신사업 연구개발이 그만큼 어려웠고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가 늘면서 당장 사업화 못하는 투자도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으로 보면 R&D 지출을 선제적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어차피 자산화 된 개발비는 수명주기를 고려해 일정기간(통상 2년) 동안 나눠 상각돼 비용으로 처리된다.
만약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실패하거나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면 손상 처리되기도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5년 R&D 지출의 7.7%에 해당하는 1조1431억원을 자산화 했으나 이듬해인 2016년 1조1979억원을 상각 및 손상으로 처리했다. 결국 비용화되는 것은 시기의 문제일 뿐인 만큼 당기에 처리하는 게 회계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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