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미디어사업 2.0]IPTV 0% 성장 시대, 신생존 전략 '선택 아닌 필수'①OTT 공세에 가입자·ARPU 모두 둔화…경쟁 대신 자체 돌파구 필요
노윤주 기자공개 2025-04-21 13:03:41
[편집자주]
IPTV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가입자 증가율은 0%대에 진입했고 고객 1인당 매출 기여도 줄어들고 있다. 한 때 인터넷과 TV의 결합을 통해 케이블 시장을 무섭게 위협했던 IPTV의 위상이 무색하다. 이제는 OTT의 부상으로 역공격을 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IPTV 사업을 영위하는 이동통신3사는 미디어 사업을 살리기 위해 여념이 없다. AI와 FAST 채널로 IPTV의 활로를 모색하는 동시에 자회사를 통한 자체 콘텐츠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채널부터 콘텐츠 공급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겠다는 이동통신 3사의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14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산업의 탄생을 수반한다. IPTV는 인터넷 속도 발전에 따라 탄생했다. 각 가정에 초고속 인터넷을 보급하고 있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망을 통해 TV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IPTV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유료방송에서는 누릴 수 없던 신기능도 도입했다. 원하는 때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볼 수 있는 VOD 서비스가 대표 예시다.과거 IPTV는 인터넷 상품과 결합해서 TV를 시청할 수 있는 획기적 상품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스마트폰 보급과 OTT 등장으로 IPTV는 저물어가는 옛 산업이 됐다. IPTV가 케이블 유료방송의 코드컷팅을 불러일으켰던 것처럼 말이다. 이동통신 3사도 고객 이탈을 막고 또 수익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IPTV 그리고 콘텐츠 사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TV 대신 스마트폰 찾는 시청자
IPTV 시장은 이미 저성장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받는다. 성장률이 눈에 띄게 꺾이기 시작한 건 2022년부터다. 2021년까지도 IPTV 가입자 증가율은 상·하반기 평균 3.9%를 기록했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증가율은 1.79%로 큰 폭 감소했다.
1% 선도 무너진 지 오래다. 2023년 상반기까지 1.21%이던 IPTV 가입자 증가율은 같은 해 하반기 0.54%로 하락했다. 2024년 상반기에는 0.4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아직 정부에서 2024년 하반기 자료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0.5%대 증가율을 넘기지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가입자 둔화뿐만이 아니다. 수익성도 낮아지고 있다. IPTV는 월 이용료 외에도 별도 유료 콘텐츠인 VOD를 제공한다. 영화나 방송 다시보기를 지원하는데 OTT가 이를 대체하면서 VOD를 시청하는 고객이 크게 감소했다.

최근 발표된 방송통신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IPTV 가입자당 매출(ARPU)은 전년 대비 2.3% 하락했다. ARPU는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에는 1만3621원이었고 2022년에는 1만3312원으로 감소했다. 2023년에는 1만3252원까지 밀렸다.
VOD 매출을 제외하면 ARPU는 성장세로 전환되고 있다. 2022년에는 전년 대비 1.4% 감소한 1만1169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에는 3.7% 증가한 1만1583원으로 상승했다. 이에 OTT와의 경쟁이 아닌 IPTV 자체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새로운 미디어 소비패턴…콘텐츠 유형·채널 '싹 다' 바꿀까
이동통신 3사가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건 인공지능(AI)이다. 작은 화면으로 즐기는 OTT와 다른 퀄리티의 화질, 기능을 제공한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IPTV 가입자 1위 기업인 KT는 미디어 사업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셋톱박스를 단순한 콘텐츠 시청 도구에서 홈 IoT 기기로 확장한다는 전략하에 지난해 11월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셋톱박스에 내장된 신경망처리장치(NPU)와 CPU가 화질, 화면밝기, 볼륨을 주변 상황에 맞춰 조절한다. 시청하고 있는 콘텐츠 장르를 파악해 음성도 최적화하고 공기청정기, 에어컨, 로봇청소기 등 가전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까지 추가했다.
SK브로드밴드는 KT보다 한발 빠른 지난해 9월 AI 셋톱박스를 출시했다. 이 셋톱에 모회사인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 에이닷을 결합했다. 기존 음성인식 리모콘 서비스에서 진화된 기능이다.
고객이 말하듯 자연어로 대화를 걸면 취향에 맞춰 OTT, 유튜브, 웹까지 검색 기능을 확대해 콘텐츠를 추천해 준다. 대화 의도와 맥락까지 파악하는 게 특징이다. AI 탑재로 비디오 화면 명암과 색상을 최적화하는 기능까지 갖췄다.
비슷한 시기 LG유플러스도 IPTV서비스에 자체 파인튜닝한 거대언어모델(LLM) '익시'를 도입했다. 초개인화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알아서 자막 위치를 조절하는 AI 자막 등이 핵심 기술이다.
하지만 AI가 만능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OTT 사업자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TV는 볼 게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콘텐츠 확대가 급선무다.
'광고 기반 무료 콘텐츠(FAST)' 채널 활용을 키울 가능성도 점쳐진다.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재활용할 수도 있고 FAST 사업자들과 광고 수익을 공유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SKB와 LGU+는 FAST 채널을 도입했고 KT도 최근 지니TV 플랫폼에 우선 FAST를 적용하고 향후 글로벌 포함 타 플랫폼으로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통3사가 모두 콘텐츠 제작 관련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야 불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OTT로 고객이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통사들이 제작비를 절감하면서도 고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미드폼, 숏폼 등에 주목하는 것도 그 이런 고민의 연장선이다.
방송 통신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도입도 좋지만 콘텐츠 확보와 같은 본질적인 경쟁력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라며 "기존 가입자 이탈뿐 아니라 신규 고객을 IPTV로 유입시킬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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