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8시06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가 특정 안건을 결의할 때 그 안건이 주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사회 자리에서 그 안건이 초래할 부작용을 내 생각 그대로 지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사회에는 나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하고 향후 재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최대주주가 같이 앉아있다. 테이블 옆에 앉아있는 다른 사외이사 눈치도 보인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옛날말도 있다.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사외이사에겐 사외이사의 역할이라는 게 있다. 사외이사가 자기 소신대로 의견을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로 하여금 그 회사 주주가 되게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자기 돈이 걸려 있으면 말 한 마디라도 그 무게가 달라지지 않을까. 그런데 사외이사가 사비를 털어 시장에서 직접 주식을 매입했다면? 이사회 활동에 대한 사외이사의 진심을 의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코스닥 상장사 에스엠의 한 사외이사는 이사회 멤버가 되고 꾸준히 주식을 직접 사 모았다. 지금까지 주식 매입에 투입한 돈만 6억원이 훌쩍 넘어간다. 이 사외이사가 돈이 많아서 그랬을까? 아무리 그렇다손 치더라도 에스엠 한 종목에 수억원을 투입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에스엠은 2년여 전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이사회 멤버가 직접 주식을 사면 시장에 긍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게 이 사외이사의 생각이었다.
주가 흐름은 평탄치 않았다. 어떤 시기는 주가가 반토막 나기도 했다. 다른 주주들처럼 이 사외이사 평정심도 흔들렸다. 일반주주를 안심시키겠다는 그 생각이 맞았던 것인지 하루에도 몇번씩 고민했을 것이다. 경영진이 어떻게 하면 주가가 오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고, 경영진이 그에 합당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사외이사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임기를 마쳤을 때 어떤 투자 성적표를 받아들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안고 주주가 됐다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주식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증명할 방법이 없기야 하겠냐만, 불특정 다수로 이뤄진 시장에서 이만큼 효과적인 설득 수단을 찾기도 힘들다. 이사회 경영을 자처하는 기업은 많다. 사외이사에 주식 매수를 직접 권유하기 힘들다면 스톡옵션이라도 푸는 게 진심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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