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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분석/삼성전자]초격차 설계자로 꾸린 '코어' 보드 멤버[전문경영인 사내이사 코드]①사내이사 13인에서 3인으로 축소…최고 수뇌부 집단으로 탈바꿈

김현정 기자공개 2025-04-29 08:20:28

[편집자주]

등기이사는 기업의 위기극복 전략과 조직 내 권력 지형도를 압축한 ‘코드’와 같다.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비오너 출신 임원들의 면면을 보면 기업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읽을 수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사내이사를 들여다보며 이들의 경영전략과 조직 위상, 그리고 기업을 움직여온 핵심 인물들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08시1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한때 무려 13명에 달했다. 2000년 사업부별 독립채산제를 도입, 12명의 대표이사를 둬 각 사업부별 독립경영체제를 꾸리게 했다. 각 부문 대표가 모두 등기이사에 올라 이사회 규모는 거대했다. 하지만 효율과 경영투명성을 강조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대표이사 숫자는 점점 축소했고 굵직한 조직개편과 함께 삼성전자 이사회 역시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정돈됐다.

이사회 구성원은 곧 삼성전자의 시대상을 보여주는 얼굴들이었다. 이학수·윤종용·이윤우 부회장부터 권오현·윤부근·신종균 회장까지, 삼성의 역사를 움직여온 대표적 인물들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들이 내린 결정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과 압도적 성과를 이끌었고 이사회는 단순한 의결기구를 넘어 삼성전자 성장의 최전선이자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10년간 삼성전자의 사내이사 구성은 한층 정교해졌다. 각 사업부문 대표와 CFO가 중심을 이루고, 여기에 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나 메모리사업부장 같은 주요 사업 책임자들이 더해져 사내이사 5인 체제를 유지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공백기 동안 이사회는 빈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그룹의 무게중심을 잡아왔다.

◇삼성전자, 13명의 사내이사에서 3인으로 오기까지

삼성전자는 2000년 등기이사수가 무려 21명이었다. 사내이사가 13명, 사외이사가 5명, 감사가 3명 등이었다. 당시 독립채산제 도입이 각 사업부의 매출과 수익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는 고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각 사업부가 독자적인 대차대조표를 작성, 자산 및 자본 흐름까지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만들었다.

이사회에는 모든 각 대표들이 참여했다. 각 사업부가 빠르게 의사결정을 한다는 독립경영체제였지만 이사회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의사결정 합의체인 이사회에선 거대한 등기이사가 효율적이지 못했다. 경영진을 견제·감독한다는 이사회 본 취지에도 사실상 맞지 않았다.

2005년 자산 2조원 이상 기업들은 이사회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꾸리도록 한 증권거래법 개정을 앞두고 삼성전자에도 이사회 규모 축소가 일어났다. 이와 더불어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 2003년 2월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또 한 자리가 줄었다. 2005년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6명으로 축소했다.

당시 이건희 회장을 가장 오랜 시간 보좌하며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로 불렸던 이학수 부회장과 2010년대 삼성의 위상을 만들어낸 최고의 글로벌 CEO로 불리는 윤종용 부회장, 이건희 회장이 ‘준천재’로 불렀던 이윤우 부회장, 외환위기 이후 삼성전자 살림살이를 도맡았던 최도석 당시 사장, 지금까지도 삼성전자 역대 최연소 상무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김인주 사장 등이 사내이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이건희 회장의 가신이자 삼성을 움직이는 최고 수뇌부로 불렸던 인물들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 사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하면서 삼성전자 이사회에 또 한번의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학수 전략기획실 부회장과 윤종용 부회장이 물러났고 당초 이들 세 사람을 포함해 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 등 5인 대표이사 체제였던 삼성전자는 2인 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자연스레 사내이사도 5인에서 2인으로 대폭 줄었다. 사내이사 명단만 봐도 2008년은 삼성전자가 숨을 죽이며 지나간 과도기적 시기인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2009년 창사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을 통해 세트 부문(DMC부문)과 부품 부문(DS부문) 등 조직을 2개 사업부문, 10개 사업부로 재편했다. 그리고 DMC부문장과 DS부문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올렸다. 이윤우 대표이사 부회장과 최지성 사장이 주인공이다.

여기에 재무전문가와 기획전문가인 윤주화 당시 감사팀장과 이상훈 사업지원팀장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돼 디테일을 보완했다. 두 인물 모두 훗날 연달아 삼성전자 CFO를 맡으며 이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됐다.


◇삼성전자 이사회, 초격차 리더들의 역사

삼성전자 이사회가 현재 모습에 이르게 된 건 2013년쯤 들어서 일이다. 2011년 말 DMC부문 내에 CE(소비자가전)부문과 IM(IT모바일)부문이 신설됐고 2013년 본격적으로 각자 체제가 되면서 3인 대표 시대가 열렸다.

권오현 당시 DS(반도체)부문장, 윤부근 CE부문장, 신종균 IM부문장으로 이어지는 체제가 2017년까지 지속됐다. 권오현 회장은 ‘초격차’ 전략으로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글로벌 1위로 도약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윤부근 회장은 글로벌 TV 1위를 일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훗날 총수 공백사태 때 삼성그룹에서 대외협력담당을 맡으며 삼성의 ‘얼굴’의 역할을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신종균 회장은 ‘갤럭시의 아버지’로 불린다. 갤럭시를 처음 만들고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인물이다. 이들 모두 나란히 5년가량을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활동했다. 여기에 삼성전자 CFO였던 이상훈 경영지원실장도 사내이사에 이름을 함께 올렸다.

이들 3인 대표체제는 수년 간 공고히 지속됐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재용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에도 한동안 이어졌다. 2016년 10월 이재용 회장이 직접 등기이사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뉴삼성’을 주도했고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이재용 회장이 갑작스레 구속수감되면서 삼성전자는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그해 연말 인사에서 이재용 회장은 옥중에서 ‘뉴삼성’의 밑그림을 내놨다. 50대 CEO로 수뇌부를 물갈이하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쐈다. 권오현·윤부근·신종균 대표이사는 김기남 DS부문장, 김현석 CE부문장, 고동진 IM부문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여기에 이상훈 전 경영지원실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사실상 삼성전자 이사회의 중심을 쥐었다.

‘오너가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상훈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버드대 유학시절 당시 삼성전자 북미총괄 법인에서 근무하며 그를 보좌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구조본과 미래전략실을 거친 뒤 CFO에 올랐고 경영지원실장 자리를 물려준 뒤엔 이사회 의장으로 활동했다. 보수적 삼성전자 조직문화에서 이상훈 부회장이 최고연장자였던 만큼 3명의 대표들에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2021년 말 DS, CE, IM으로 나뉘어 있던 사업부문을 DS와 세트(SET)부문으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CE와 IM부문을 통합한 신설 SET 부문은 DX(디바이스경험)부문으로 명명했고 2022년 초부터는 한종희 DX부문장과 경계현 DS부문장과 더불어 노태문 MX사업부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더해 항상 그래왔듯이 당시 CFO를 맡던 박학규 사장도 사내이사에 올랐고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엔 사내이사 명단이 이례적으로 단촐해졌다. 전영현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 들어선 삼성전자는 전영현 DS부문장 겸 메모리사업부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 겸 MX사업부장 사장, 송재혁 DS부문 CTO 등 3명이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사내이사 인원이 3명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 삼성 특검 사태로 사내이사 3인이 사임헤 2명으로 축소된 이후로 처음이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내이사란 기본적으로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사람들인 만큼 삼성전자 사내이사는 기본적 책임이 부여돼있는 각 부문 대표들이 맡도록 하고 있다"며 "CFO는 늘 이사회에 들어와서 모든 일을 함께 해왔으며 올해부터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지만 그래도 배석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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