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I 스토리]폐배터리의 부활, 새빗켐 '리사이클링 현장' 가보니①30년 화학 노하우로 이자천지 해부, 쏟아지는 EoLB 물량 대응
김천(경북)=최재혁 기자공개 2025-04-28 08:06:34
[편집자주]
사모펀드 운용사의 임무는 잔금 납입으로 끝이 아니다. 투자금 회수를 통해 펀드에 자금을 출자한 LP들에게 수익을 안겨야 한다.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극적인 밸류업 작업으로 기업 본질가치를 끌어올려야 비로소 성공적인 M&A로 기록될 수 있다. PEF 운용사들이 기업에 투자한 뒤 어떤 전략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재무적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지 더벨이 살펴보자 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5일 08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북 김천시, 공단 진입로를 따라 들어서자 회색빛 건물들과 굵은 철파이프가 얽힌 설비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공단에 위치한 새빗켐 1, 2공장은 반도체 폐혼산에서 이차전지 폐원료까지, 산업이 남긴 흔적들을 되살리는 현장이다.새빗켐은 총 네 곳의 공장 필지를 보유하고 있다. 1공장은 창립 이래 30년 넘게 회사의 주축이 되어 온 폐혼산 재활용을 담당하고 있고, 2공장과 4공장은 폐이차전지 재활용 공정을 수행한다. 1, 2공장은 김천에, 4공장은 상주에 자리 잡고 있다.
더벨은 김천에 위치한 2공장을 찾았다. 마중을 나온 이는 이윤수 새빗켐 부사장. 그는 "최신식인 4공장을 보여드리는 게 저희도 면이 서겠지만, 본사와 주력 시설이 몰린 이곳이 새빗켐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2공장 외관은 산업시설답지 않게 잘 정돈돼 있었다. 은빛 외벽을 따라 줄지어 늘어선 탱크로리와 그 뒤로 펼쳐진 공정라인은 단순히 '폐기물 처리장'이라는 이미지를 넘어 고도화된 기술의 현장처럼 보였다.

◇케미칼에서 시작된 뿌리, 이차전지서 찾은 신성장 해답
새빗켐은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폐산을 정제해 고부가가치 화학물질로 탈바꿈시키는 '케미칼 사업부'와,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자원에서 희귀금속을 추출하는 '전지 사업부'로 나뉜다.
케미칼 사업부는 새빗켐의 시작이자 근간이다. 1993년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온 케미칼 사업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한 폐혼산을 재활용해 인산, 질산나트륨, 전해연마액(EP) 등을 생산한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새빗켐을 지탱해온 사업이다.
전지 사업부는 이차전지 산업의 급성장과 함께 부상한 새빗켐의 신성장 동력이다. 제조 공정 중 발생하는 스크랩이나 폐이차전지(EoLB)로부터 탄산리튬과 NCM 복합액을 추출한다. 최근까지는 스크랩 중심의 물량이 주류를 이뤘지만, 2026년부터는 대규모로 배터리 폐기가 시작되면서 EoLB 처리 비중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oLB 재활용은 전처리와 후처리로 나뉜다. 전처리는 배터리의 잔존 전류를 방전하고, 물리적으로 분쇄·분리해 블랙메스(BM)를 추출하는 과정이다. 후처리는 블랙메스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단계다. 복합액과 고체 형태의 탄산리튬이 이 단계에서 생산된다.

새빗켐은 후처리 공정에 특화된 기업이다. 재활용 업력 30년, 화학 기반의 전문성과 경험이 축적된 이곳은 후처리의 난이도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근 LX인베스트먼트(이하 LX인베)가 새빗켐을 인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LX인베는 이미 전처리 전문 기업인 NH리사이텍을 포트폴리오에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후처리 특화 기업인 새빗켐을 더하면서, 이차전지 재활용 밸류체인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재무적투자자(FI)가 전처리와 후처리 기업을 각각 인수해 수직 계열화를 이룬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활용을 넘어, 자원의 재탄생 이뤄지는 곳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돼 있었다. 원료가 들어오고, 처리되고, 최종 제품으로 나가기까지 복잡한 공정이지만 동선은 일직선이다. 입구 쪽 야적장에는 블랙메스(BM), 블랙파우더(BP) 등 회수 대기 중인 폐원료가 쌓여 있었고, 그 옆에서는 고온 열처리를 위한 환원소성 준비가 한창이었다.
열처리된 원료는 황산 등 산성 용액에 담긴다. 여기서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이 액체로 녹아나오고, 녹지 않는 카본은 고체 상태로 분리된다. 카본은 다시 후속 공정을 거쳐 탄산리튬으로 태어난다. 금속과 찌꺼기, 용액이 끊임없이 나뉘고 섞이면서 폐배터리는 점차 새로운 소재로 변모한다.
현장을 안내한 이 부사장은 복합액이 담긴 기계를 가리켰다. 그 안에서는 황산에서 녹아 나온 액체가 계속해서 저어지고 있었다. “혹시 몰라 안전모는 꼭 쓰셔야 합니다.” 짧은 설명을 마친 뒤 건네준 안전모는 안전을 중시하는 새빗켐의 문화를 말없이 증명했다.

튜닝이 끝난 복합액은 고객사인 전구체 제조업체로 향할 준비를 마친다. 바로 옆 설비에선 탄산리튬도 포대에 담기는 중이었다. 맑고도 묵직한 결정체들이 덩어리를 이루며 자루에 담길 때 공장 안엔 묘한 정적이 흘렀다.
버려진 배터리로부터 태어난 두 물질은 긴 여정을 끝내고 산업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산업의 말단에서 다시 산업을 일으키는 이곳, 새빗켐 2공장은 재활용을 넘어, 산업을 재탄생시키는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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