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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독스 경영' 몰입한 정몽진 KCC 회장 '성장과 내실' 두마리 토끼 쫓아..'올드보이' KCC 변화 주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2-01-16 13:30:24

이 기사는 2012년 01월 16일 13: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유럽발 경제 위기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위기의 성격과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고 있으며, 전 지구적입니다. 그 속에서 과거의 모든 기준은 '새로운 기준'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이는 전략적 비용 절감과 미래 준비라는 극단적으로 상충되는 원칙을 동시에 확보하는 패러독스 경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몽진 KCC 회장이 연초 임직원들에게 강조한 올해 경기 판단이다.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내실을 다져야 하고, 품질을 높이는 동시에 비용을 줄여야 하는 역설적(패러독스) 상황이 왔다는 뜻이다. 건자재와 도료 분야에서 국내 1위에 올라 안정화된 듯 하지만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어 성장동력을 잃어가는 KCC의 위기감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지난해부터 위기 타개를 위한 과감한 행보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작품은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한 일이다. 현대가의 등을 타고 성장한 KCC가 경쟁 재벌인 삼성과 손을 잡는 상황은 KCC 내부적으로도 충격이다.

'현대와 삼성'의 이질적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지 두고봐야 겠지만,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고 서로 반대되며 모순되는 특성이 융합해 예상 밖으로 좋은 결과를 내게 하는 경영이 '패러독스 경영'의 지향점이라고 보면 그의 결단에도 숨은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KCC의 최근 수년간 행보에서는 이런 '변화'가 많다. 영업 조직은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된 시스템을 PM 중심으로 재구축했다. 하나의 운영 조직에서 국내와 글로벌을 막론하고 아이템별 전략을 짠다. 핵심사업(도료 등)에서 국내 1위에도 불구 해외에서는 밀리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바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동시에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높인다.

최근 7000억원 규모 현대중공업 보유 지분을 매각한 일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한 일에 버금가는 결단이다. 정 회장은 이 지분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그가 구상하고 있는 '새로운 KCC'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조화롭게 결합하려는 시도는 KCC가 처음이 아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올해 경영 화두로 '패러독스 경영론'을 들고 나왔다. 차별화(differentiation) 및 원가 절감과 같이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결합해 성과를 내자는 게 그의 주장이다.

포스코 뿐 아니다. '대량생산과 맞춤형PC'라는 공존 불가능할 듯하던 키워드를 기업에 안착시킨 델 컴퓨터나 저임금 고효율 구조로 세계적 항공사가 된 싱가폴항공 등은 패러독스경영의 성공 사례로 곧잘 인용된다. 양자 택일의 사고방식보다는 서로 상충하는 요소의 조화를 강조해 위기를 벗어났다.

올드한 이미지의 KCC도 바뀔 수 있을까. '수직'과 동시에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성장'과 동시에 '내실'을 강조하는 KCC가 어떤 변화상을 만들지 자본시장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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