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號' 호남석화 3가지 과제 풀까 조직개편·KP케미칼 합병 등 난제..새 경영진 행보 '주목'
김익환 기자공개 2012-02-20 16:35:41
이 기사는 2012년 02월 20일 16: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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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호남석유화학의 새로운 수장으로 취임한 허수영 사장. 허 사장은 별도의 취임식도 생략하고 각 부서별로 올라온 업무보고서를 검토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호남석유화학의 각 부서는 언제 부름을 받을지, 혹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을지 몰라 비상대기 모드에 돌입해 있다.
허 사장은 1976년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한 '토종'이다. 그가 입사했을 당시 호남석화는 변변한 석유화학공장이 한 곳도 없었다. 입사한 뒤 3년이 지나서야 첫 번째 공장이 완공됐다. 현재 호남석화는 에틸렌 기준으로 연간 247만톤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대만 포모사에 이어 아시아 2위다.
호남석화가 석유화학 사업의 골격을 세우는 데 허 사장이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산유화를 세우고 현대석유화학과 KP케미칼을 인수할 때마다 최첨병으로 나섰다. 롯데 대산유화와 KP케미칼 사장으로서 성공적 인수합병과 매출 성장을 진두지휘했다. 36년간 롯데 유화계열사에 몸담은 허 사장에게 다시 한번 과제가 주어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허 회장이 당면한 과제로 △조직개편 △KP케미칼과 합병 △2018년 비전달성 등을 꼽으며,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 매출·사업장 확대...조직개편 필요성
안으로는 조직개편이 당면과제다. 호남석유화학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30%씩 성장했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매출 추정치는 16조원으로 2000년대 초반 1조원 대에서 16배가량 늘었다. 지난 10년간 가파른 성장을 계속했지만 조직 구성과 규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 까닭에 핵심부서 가운데 하나인 재무팀·IR팀 규모가 몸집에 비해 작은 편이다. IR업무를 실질적으로 전담하는 기획팀 인원은 2명 뿐이다. 투자자나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기업설명회는 거의 드물다. 호남석화는 IR 부족과 미진한 정보제공으로 시장과의 소통에 소홀하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롯데계열 특성이 그렇지만 그룹 주력 캐시카우인 호남석화의 실적이 구체적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하는 듯하다"며 "주력 자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케미칼 실적도 공개하지 않는 등 정보가 부족해 아쉽다"고 말했다.
재무팀은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오성엽 상무를 비롯해 7명에 불과하다. 호남석유화학 재무팀은 10여 개 해외 자회사에 대한 재무관리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매출이 급성장하고 사업 확대에 따른 자금조달 규모가 커지면서 재무팀으로 업무가 몰리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인력 탓에 업무 과부하를 염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호남석유화학에선 LG화학을 비교대상으로 삼지만 인력이나 사업면에서 견주기 어렵다"며 "IR비용만 해도 호남석화는 LG화학 100분의 1도 안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IR전담인력만 6명, 금융팀 인력도 20명에 달한다.
◇ KP케미칼과 합병, 안팎의 걸림돌
KP케미칼과의 합병안도 해묵은 숙제다. 허 사장은 KP케미칼 사장 시절에도 합병에 대해 수 차례 언급하며 관심을 보여왔다. 호남석화와 KP케미칼은 2009년부터 합병을 추진했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은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주식매수청구권이란 합병을 비롯해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줄 걸 요청할 권리를 말한다. 매수청구로 소액주주에 지급해야할 추정금액이 4000억~5000억원에 달해 호남석화로선 적잖은 부담이다.
다만 개정 상법이 오는 4월부터 시행되면 현금부담이 사라질 전망이다. 현행 상법은 합병으로 사라지는 회사 주주가 쥐고 있는 주식가치가 존속법인의 시가총액 대비 5%를 넘을 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개정 상법에선 그 범위가 10%로 확대된다. 호남석유화학의 시가총액은 17일 기준 12조원이다. 호남석유화학을 제외한 KP케미칼 주주들의 주식가치는 9330억 원이다. 호남석화 시가총액 대비 KP케미칼 주주의 주식가액은 대략 7.7%로 10%를 밑돈다. 호남석화로선 상법개정으로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더는 셈이다.
하지만 호남석화와 KP케미칼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나올 것이란 관측도 나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하면 임원자리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내부 반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해외사업과 M&A 추진, 비전달성 부담
허 사장이 중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비전달성이다. 호남석유화학 비전은 2018년까지 '매출 40조·아시아 최고 화학기업'이다. 현재 매출이 16조원임을 감안할 때 해마다 15%씩 성장을 해야 비전 달성이 가능하다. 그 까닭에 호남석화는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를 잇따라 추진할 전망이다.
우선 50억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석유화학 공장 투자와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사업을 순조롭게 진행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투자는 현지 관세와 자금조달이란 장애물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사업은 자금조달 면에선 순항하고 있지만 신흥국에서 벌이는 사업으로 숱한 리스크가 따라붙는다. 향후 M&A도 숙제다. 몸집을 불리고자 다양한 인수 매물을 검토하고 있지만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화업계 시황호조로 매물이 말라붙었고 과감한 베팅을 꺼리기 때문이다. KP케미칼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파키스탄 PTA와 영국 아테니우스사를 성공적으로 인수한 허 사장이 비전을 어떤 방식으로 달성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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