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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텍 부채처리·동부생명 상장 '관건' 금융위기로 출범 지연..금융부문 지주사 먼저 출범할 듯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07 17:45:39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07일 17: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부그룹이 지주회사 출범을 준비해 온 시기는 2007년부터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2007년 11월 1일 외아들 김남호씨에게 동부CNI 주식 274만2000주(11%), 딸 김주원씨에게 199만3000주(8%), 그리고 동부문화재단에 124만4000주(5%)를 각각 증여했다. 당시만해도 증여의 목적은 가려져 있었으나 시간이 흘러 이 회사의 정체성이 '지주사'로 점차 자리매김해 가는 걸 볼 때 김 회장의 결단은 2007년부터였던 것으로 보인다.

동부CNI는 2007년 1700억원대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0년말 동부정밀화학과의 합병 등을 계기로 2011년말 5000억원대로 커지며 승승장구 중이다. 차기 후계승계가 확실한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의 동부CNI 지분율은 수증과 합병을 거쳐 18.59%로까지 확대됐다. 만일 동부CNI가 지금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하더라도 승계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승계 준비가 이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다면 다른 재벌의 경우 이미 지주회사로 전환했을 것이다. 김 회장은 서두르지 않았다. 최초 결단 이후 약 6년의 준비 기간 동안 서서히, 그리고 조금씩 새로운 지배구조의 틀을 짜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금융위기라는 초유의 경제 위기가 닥친 영향도 크다. 동부생명의 상장이 지연됐고 동부그룹 핵심 계열사인 '건설-제철-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면서 이들 계열사의 재무 상태를 호전시킬 호기가 와 주지 않았다.

◇제조부문 지주사 지연, '건설-제철-반도체' 경기에 달려

사실 동부그룹의 경우 얽힌 지분관계는 그리 복잡한 편이 아니다. 그동안의 착실한 준비도 밑바탕이 됐고 무엇보다 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거의 없다. 시장 또는 장외에서 사고 파는 식의 지분 거래에만 나선다면 지주사 요건 충족은 어렵지 않다.

동부그룹 제조업체 계열사 지배구조

예를 들어 동부CNI는 지금 당장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동부제철 지분을 추가로 6% 더 사야하고 동부하이텍 지분을 추가로 7.6% 가량 더 확보해야 한다. 또 동부건설은 동부제철 지분(8.8%)을 매각해야 한다. 동부건설과 동부제철은 동부하이텍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이 외에 동부CNI는 소규모 계열사(동부로봇, 동부라이텍, 동부LED 등)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문제도 생긴다.

이런 지분 거래는 어려운 거래가 아니다. 부채비율 200% 제한요건을 감안해도 동부CNI는 약 1800억여원의 차입 여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유 현금도 500억원대로 적지 않다. 이미 상장돼 있어 자본시장에서 조달 여력도 크다.

그러나 지주회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국내 그룹들이 지주회사를 서두르는 이유는 계열분리라든지 후계승계 등이 현실적인 요인인데, 동부는 이미 지분승계가 마무리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목적으로 지주회사를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다"며 "지배구조 투명성과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지주회사 체제를 준비하는 것은 맞지만, 굳이 지금 당장 서두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급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실적 범위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오히려 지주회사 전환보다 주요 핵심 3개 계열사(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하이텍)의 실적 개선이 더 다급한 현실이다. 건설 부문은 건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안정성을 보여주긴 했다. 2011년말 1400억원 가량 사전에 손실을 털어내며 적자전환했으나 당시를 빼곤 금융위기 이후 매년 꾸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동부제철과 동부하이텍이다. 동부제철은 개선되긴 했으나 철강 경기 위축 영향을 받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실적은 소폭 나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부채가 많다. 동부그룹에 따르면 약 2조원에 이르렀던 부채가 절반 이하로 줄긴 했으나 여전히 7000억원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동부그룹은 지배구조 변화보다 계열사 재무 개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융부문 지주사는 준비 완료, 관건은 동부생명 '상장'

제조부문과 달리 동부그룹의 금융부문 계열사의 지배구조는 잘 정리된 편이다. 동부화재를 정점으로 동부생명, 동부증권, 동부저축은행, 동부자산운용 등을 지배하고 있다. 동부화재 기업분할과 현물출자 방식의 지주회사 전환을 모색한다면 김남호 부장이나 김준기 회장 등의 금융지주사 지분율은 거의 50%대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오너일가→동부화재→동부생명 및 동부증권→동부저축은행 및 동부자산운용' 순서의 깔끔한 금융지주회사 체제가 완성된다.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그러나 지주회사법 등에 따라 동부CNI가 보유한 동부생명 지분(6.51%)과 동부제철이 보유한 동부생명(11.60%)·동부증권(8.13%)·동부캐피탈(49.98%) 지분은 처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의 총합(18.11%)과 동부증권의 동부생명 지분(19.83%)이 구주매출된다면 어렵지 않게 금융계열사 지분 보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제조업 부문 지주회사보다 금융부문 지주회사 출범이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 후계승계 문제도 금융 부문의 경우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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