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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규제 오히려 산업효율성 떨어뜨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대·중기 갈등원인과 상생방안'

신수아 기자/ 양정우 기자공개 2013-02-26 15:43:05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6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정책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생정책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주장이다.

2013 the bell 기업 경영전략 포럼_이병기(200픽셀)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3 thebell 기업 경영전략 포럼'에서 '대·중소기업 갈등의 원인과 상생방안'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사진)은 26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머니투데이 더벨 주최로 열린 '2013 더벨 기업 경영전략 포럼'의 발제자로 나서 "최근의 유통산업 규제조치는 편익보다는 비용이 더 크다"며 "또한 과거 시행됐던 유사한 정책을 봤을 때 적합업종 지정은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생정책은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보호를 골자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순환출자의 금지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강화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강화 등의 경제민주화 방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최근 실행된 일부 정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오히려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전신인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특정사업자에 대한 보호주의 성격을 띠어 지정업체들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은바 있다"며 "이번 제도 역시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획일적인 규제 기준을 적용해 서비스업까지 적합업종 제도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자칫 경쟁력 저하 뿐 아니라 통상마찰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유통산업 규제 확대 조치 역시 산업 전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점포의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지방 유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비효율성만 가져올 가능성 크다"며 "영업 행위 규제도 소비자 불편과 민간소비 위축은 물론, 대형마트에 근무하고 있는 고용자들과 입점 소상공인 및 납품 협력업체들에게로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러한 조치는 편익보다는 손해가 크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발표된 정진욱·최윤정 교수의 연구 논문을 인용해 "엉업제한으로 대형마트의 소비액은 연간 총 2조7678억 원이 감소하나 재래시장과 소형 슈퍼마켓으로 전환되는 소비액은 448억~515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반적인 소비 감소액이나 세수 감소분을 감안하면 발생 비용만 더 커진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고르게 증가시키고 경쟁력을 확보해 '경제의 선순환'을 가져오는 상생정책이 추진되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투자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대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로 풀어가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의 불법은 엄단해야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전체적인 성장성은 저하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기업간 체결된 계약이 잘 이행되는 공정거래 및 하도급 거래관계를 형성하고 △대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중소기업에 내재한 영세성을 극복하기 위해 M&A를 활성화하고 △기술집약적 중견기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병기 선임연구위원 전문]

한국은 핵심 산업인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 모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조 관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이 중요하며, 원활한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사실상 국내 경쟁력이 추락하게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핵심 문제는 대기업이 성장을 해도 중소기업에 낙수효과가 없다는 점이 꼽히고 있다. 이에 중소기업적합업종 제도의 강화,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강화 등의 경제민주화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을 살펴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지난 2006년에서 2011년까지 매출액 영업이익률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포인트의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영업이익률 차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갈등의 시발점이고 상생 문제가 제기된 원인이다. 하지만 2%포인트의 차이는 과거 1991년에서 1995년 사이의 3.5%포인트 차이 등과 비교했을 때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많이 맺고 있는 산업은 자동차, 조선, 반도체다. 이중에서 자동차조선의 이익률 격차를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조선 산업의 경우에는 이익률이 오히려 중소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전가한다는 나쁜 이미지도 있지만 사실 상호 간에 리스크를 쉐어링(Risk Sharing)하는 관계다. 일본의 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이익을 나누지만 위험을 나누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또 조선과 자동차의 경우 대기업이 성장할 때 1차협력사(중소기업)도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데이터를 확인하면 대기업의 총자산 영업이익률과 매출 영업이익률이 성장할때 중소기업의 성장도 이뤄졌다. 대기업의 경우는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1차 협력사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비교적으로 안정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최근 상생 정책들을 확인하면 크게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의 강화와 유통산업발전법이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지난 1979년 시작됐다가 2006년에 완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와 비슷하다. 특정한 업황의 기업에 규제하고, 특정사업자를 보호하는 보호주의 경제를 띠고 있다.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 추진됐지만 오히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사업체수가 감소했고 생산액 및 부가가치가 줄었던 경험이 있다. 과거 경험을 되돌렸을 때 이번 제도가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제도로 작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중소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피터팬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 중소기업이 이 제도의 틀을 벗어나서 고용과 생산에서 더 성장하려고 하는 유인이 있을지 의문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크게 두 가지의 규제로 볼 수 있다. 우선 대규모 점포를 개설하고자 하거나 전통산업 보존구역에 준대규모 점포를 개설하고자 할 때 등록을 하도록 한다. 진입을 제한하는 셈이다. 또 하나는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대규모 점포 및 준대규 점포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는 것이다.

프랑스 등 외국도 이런 규제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 프랑스는 유통산업을 개방했을 때, 외국기업들이 들어오고 자국기업도 커지면서 현재 한국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당시 프랑스는 규제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섰지만 오히려 대규모 점포의 효율성과 중소 점포의 효율성이 같이 떨어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현재 프랑스는 이 제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도 과연 유통산업발전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진입 규제 조치가 유통산업 전체의 생산성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효율적인 유통사업자들이 비효율적인 유통사업자들을 배제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전체 유통 산업의 생산성이 증가되는데 생산성 저하가 걱정된다. 또 소비자의 불편과 민간 소비의 위축도 우려된다.

대규모 점포가 받는 피해와 중소 점포의 피해가 얼마인지 계산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학회에서 연구할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 규제에 따라 대형마트에서의 소비액은 연간 총 2조7000억 원의 감소가 예상되는 반면 재래시장 및 소형 슈퍼마켓의 소비 전환액은 월평균 448억 원에서 515억 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또 다른 문제는 생산성의 문제다. 또 중소기업에 내재된 비효율성의 문제, 부실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이슈다. 지난 1998년에서 2009년 R&D/매출액 비율을 보면 대기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기업은 지난 1998년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반면 중소기업은 내부의 문제, 정부의 문제이던 간에 생산성과 이윤이 낮고, 부실이 많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방안 추진돼야 한다. 대기업을 끌어내리면서 중소기업에 맞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대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공정거래법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규율하는 다양한 법이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나열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제는 법적으로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잘 유지되고 있는 국가는 독일과 일본이 꼽힌다. 양국은 대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이 국제화와 기술력을 통해 대외 협력 파트너 발돋움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쳤다. 한국은 많은 중소기업들의 영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인수합병(M&A) 등으로 극복하고 부실이 있다면 털고 가야 한다. 특히 독일처럼 자국 시장이 작은 한국도 중소기업들은 기술력을 키워 해외로 진출하면서 중견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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