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3월 27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06년 대표이사에 오른지 7년 만에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사내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쇼핑은 지난 22일 정기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신동빈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따라 기존 4인 대표이사 체제는 신 회장이 빠진 신격호 총괄회장, 이인원 그룹 정책본부장, 신헌 롯데백화점 사장 등 3인의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사내 등기이사직은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신 회장의 이같은 행보를 바라보는 업계의 해석은 다양하다. 일단 최근 유통가로 쏠리는 전방위적 압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새정부의 유통가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경영 전면에 나선 오너가 2~3세들의 법정 출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최소한 대표이사직만을 벗어 책임있는 오너의 모습을 비추는 동시에 법적인 책임은 덜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유통가 오너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상황에서 롯데그룹 역시 일종의 사죄의 뜻을 내비친다는 차원에서 이번 결정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정부의 압박에 연일 유통가와 엮인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는 가운데 오너일가가 경영 전권을 갖고 법적 책임의 최일선에 서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법상 대표이사와 등기이사 모두 회사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있으나, 회사가 불미스런 일에 연루됐을 때 이사회를 총괄하는 대표이사에게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다른 한편에선 유통 사업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향후 M&A나 사업 확장의 무리수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일시적으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즉 유통가의 기업결합에 대한 심사가 강화되는 등 향후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자칫 규제의 틀을 벗어나야할 사항에 대한 대비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업계의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도 실질적으로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오너가 굳이 가장 큰 책임을 짊어져야하는 구조를 가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등기이사직 유지는 급작스런 책임자 부재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선례를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책임 회피라는 논란을 전면에 던져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팎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영 전면에 나섰던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는 사실이 기사화된 후 롯데쇼핑의 주가는 소폭 하락했다. 여기에 1분기 실적 악화 전망이 더해지며 26일 주가는 전일대비 4500원(-1.16%)하락한 38만4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한 유독 롯데쇼핑의 이사직이 도마에 오른 것은 오너 일가의 경영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는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키로 결정한 것도 이를 방증한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지분을 14.59%보유한 최대주주지만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는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설령 대표이사를 내놓는다고 해도 경영과 관련한 주요 결정에 참여하고 후계 경영 구도의 유지하는데 하등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이에 대해 전문경영인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롯데쇼핑 관계자 "롯데백화점은 신헌 대표, 롯데마트는 노병용 대표, 롯데슈퍼는 소진세 대표 등 롯데쇼핑은 유통가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그간 일선에서 사업을 책임졌던 대표 경영인들에게 더 많은 결정권을 일임해 경영 기회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