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3월 27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스비엠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됐다. 6년간 주식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조지폐감별 지폐인식기 전문업체로 명성을 쌓았지만, 최대주주가 바뀐지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나락으로 떨어졌다.

에스비엠은 27일 감사인인 한미회계법인이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로 표시했다고 공시했다. 회사에서 감사에 대한 적절한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등 감사범위의 제한이 발생한데다 계속기업 존속능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감사 회계법인이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에스비엠에 대해 감사의견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며 "회사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인은 우선 에스비엠의 최대주주가 변경된 후 내부 회계관리제도의 취약점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한미회계법인은 "회사는 지난 20일 서울 독산동 소재 부동산을 180억 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0억 원을 지출했으나, 부동산의 취득 전에 적절한 외부 평가가 수행됐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에스비엠은 지난 21일과 22일 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각각 부동산 취득 관련 공시를 제출하며 매입 부동산에 대한 외부평가보고서는 첨부하지 않았다. 에스비엠이 매입한 부동산의 정확한 외부 평가 가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예컨대 18억 원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180억 원에 매입했다고 외부에 발표하고 162억 원의 차익을 남기는 횡령을 해도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나 금융감독원에서는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측에서 이사회 의사록이나 계약서 등 제출하고 공시하면 받아준다는 것이다. 외부평가보고서는 향후 제출해도 된다는 의미다. 여전히 에스비엠은 매입 부동산에 대한 외부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 에스비엠의 김정환 전 대표가 김철수 현 대표를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실도 부동산 매입과 연관있다. 한미회계법인이 밝힌 김정환 전 대표의 고소장에 대한 주요 골자는 에스비엠을 인수하기 위해 조달한 사채 이자를 갚기 위해 김철수 대표가 46억여 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동산을 180억 원에 매수하는 것으로 가장해 계약금 명목으로 50억 원의 회삿돈을 인출해 임의로 사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미회계법인은 "고소사건의 결과는 예측할 수 없으나 향후 우발상황의 발생가능성은 계속기업으로서 회사의 존속능력에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회계법인은 이어 "지난 18일 만기가 도래한 양도성예금증서 60억 원이 입금된 예금계좌의 통장 실물을 실사할 수 없었다"며 "감사범위의 제한 때문에 회계감사기준에서 요구하는 감사절차를 수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에스비엠의 주력사업은 위조지폐감별 지폐인식기 제조업이다. 매출 비중의 99%가 수출로 지난해 매출액은 278억 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3억, 64억 원을 기록했다.

최종관 전 대표는 2007년 9월 에스비엠을 190억 원에 인수하며 기존 건강식품이나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정리한 후 위폐감별 지폐인식기 사업에만 매진했다. 이후 작년 11월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후 올해 초 현 최대주주인 트루트라이엄프(대표 김철수)에 에스비엠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