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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공사 '부실' 빙산의 일각일 수도 Lump Sum 방식, 발주자 주도 시장 형성…중동 집중화, 환경 대응력 저하

황철 기자공개 2013-04-25 18:11:30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1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가 요구되고 있다.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어닝 쇼크는 일시적인 문제도, 일부 건설사에 한정된 문제도 아닌 업계 전반에 걸친 거대한 위험일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 수주에 경쟁적으로 나섰던 2009년 하반기 계약 물량의 준공일이 다가오면서 부실이 본격적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

◇ 2009년 저가수주 물량, 기성 본격화..손실 추가 발생 가능성은?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는 2000년 중반 이후 폭발적인 수준으로 늘었다.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이듬해 하반기부터 다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동력은 중동의 막대한 오일머니다. 이때부터 해외 건설 사업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상당한 변곡점을 맞았다.

2009년 하반기 이후 수주 물량은 대부분 중동에서 발주한 조 단위 플랜트 공사다.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는 이전 단순 시공 위주의 토목·건축에 비해 고부가가치 공사로 분류된다. 저가수주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원가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이점이 많았다. 대부분 초대형 프로젝트인지라 선수금 유입액도 타 공종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았다.

신용평가업계에서 꾸준히 해외사업 리스크에 우려를 표하면서도 대형 건설사가 내놓은 성과에 우호적 입장을 견지했던 이유다. 영업기밀로 분류되는 사업장별 원가율을 공개하지 않아 자체적인 점검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GS건설·삼성엔지니어링의 잇따른 대규모 손실 전망은 이 같은 안일한 인식에 경종을 울렸다.

해외 사업의 리스크는 국내와는 다른 생소한 사업 환경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문제를 양산한다. 당장 정보취득에 어려움이 따르고 입찰방식, 계약조건에서도 국내 사업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 최대 시장이자 초대형 플랜트가 집중한 중동의 경우 2009년 하반기 과당경쟁이 발생한 이후 발주자 주도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했다. 계약·설계·시공의 전 과정에서 발주처에 대한 협상력을 제고하기 힘들다는 점은 수익 가변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건설 추이

국내 건설사간 경쟁과열로 촉발한 저가 수주 문제는 수익성을 제약한 근본적 원인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발주자에 추가 비용 부담을 전가하기 힘든 계약 방식이 손실부담을 키우고 있다. 해외사업의 80% 가량은 계약 당시 총공사비를 정하고 진행하는 도급정액제(Lump Sum)를 채택하고 있다. 공기지연이나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위험 등에 따른 추가 비용 발생의 대부분을 건설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다. 당연히 공사원가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실비정산보수가산(Cost Plus Fee) 방식에 비해 수익 가변성이 높다.

설계·자재조달·시공을 일괄패키지로 발주하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방식의 턴키공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공정별 원가율 변동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관련 위험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될 경우 제2의 GS건설·삼성엔지니어링과 같은 대규모 손실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 신용위험 증가, 해외사업 재평가 요구

중동 지역의 의존도 확대와 플랜트 공종의 집중화도 위험을 높인다. 포트폴리오 상 수주 환경의 가변성에 대한 대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 중동 시장은 그동안 유가에 따라 발주 물량이나 공사비 지출을 큰 폭으로 조절해 왔다. 유가 상승으로 자금수지가 개선되면 발주를 늘리고 반대의 상황에서는 기존 공사대금조차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중동 사태와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는 장기간 공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수주환경의 가변성 확대는 단순히 실적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건설사 유동성의 원천이던 선수금 유입을 더디게 한다. 국내 건설사의 경우 주택경기 침체로 운전자본 부담이 커 선수금 대비 현금성 자산 비율이 떨어진다. 선수금이 내부 자금으로 적절히 유보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신규 수주를 통한 선수금이 안정적으로 유입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본질적으로 영업부채인 선수금의 특성상 빠른 속도로 차입금으로 대체되며 '현금 고갈과 부채 증가' 등 이중으로 재무부담을 키울 소지도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2009년 발주한 물량의 기성이 본격화한 시점에 발생한 대형 건설사의 손실은 향후 추가적인 부실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라며 "수주물량이 중동 중심의 초대형 프로젝트에 집중해 있어 단일 사업장의 부실이 재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중동 지역에 의존도가 높고 정유·석화플랜트에 대한 공종 집중이 심화해 있어 포트폴리오 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 역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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