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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는 죽을 때까지 하는 직업" ①이철호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부장

송종호 기자공개 2013-06-20 10:50:57

이 기사는 2013년 06월 17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팽년은 조선시대 문종의 고명대신(顧命大臣)이다. 문종은 자신의 임종 이후 어린 단종을 박팽년에게 부탁할 정도로 강한 신뢰를 보였다. 박팽년 역시 문종에게 의리로 무장한 충신이였다. 고명은 임금이 유언으로 믿을 만한 신하에게 나라의 뒷일을 부탁하는 것. 고객이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이 믿는 PB를 찾아 뒷일을 부탁한다면 '고명PB'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이철호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부장(사진·46세)을 보면 조선시대 고명대신처럼 고객과 PB(프라이빗 뱅커)간에도 결사의 신뢰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이 부장은 한 고객이 임종을 하는 순간 아들보다 먼저 찾은 PB였다.

일찍 부모를 여읜 까닭에 어린 동생 둘에게 사실상 부모였던 이 부장은 고객이 곧 부모라는 마음으로 PB생활을 해왔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찾은 서울시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때마침 문종이 고명대신을 찾았던 경복궁이 한 눈에 들어왔다.

◇ '고객돈은 부모돈'...스승 같은 고객과 공유하며 자산관리 노하우 학습

이철호3

- '고명PB'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특별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신뢰를 얻어야 '고명PB'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 전문경영인 출신 고객이셨는데, 그분이 2010년에 운명하실 때 저를 찾았다고 합니다. 저는 당시에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서 그분과 연락이 닿지 않아 결국 그분의 임종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년 후에 제가 WM센터원으로 자리를 옮기고서야 사모님께서 어렵게 저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다시 보자는 말씀을 하셨는데 전화 통화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져서 서로 얼굴을 보면 더 마음이 안 좋을 것 같아 지금까지 보지 않고 있습니다.

- 고객과 아주 특별하셨던 모양입니다.

▲ 2002년에 은퇴하고 저를 찾아와 3억 원을 맡기면서 노후자금과 아들의 유학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2005년까지 매년 5000만 원의 유학자금 뿐만 아니라 결혼자금까지 만들어 드렸고,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도록 자산관리를 도와드렸습니다.

사실 저에게 완전히 위임한 것도 아니고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마다 격렬하게 의견대립이 있었습니다. 고액자산가의 경우 다른 고객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돈에 대한 이해가 깊은 편이라서 대부분 '자산관리'에 대한 명확한 직관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이런 고객들을 통해 더 많은 삶과 투자의 경험을 공유하며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그때까지 저는 고객자산의 수익을 높이는 게 PB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운명하실 때 저를 간절하게 찾으셨다는 말을 듣고, 자산관리라는 것은 죽을 때 까지 고객과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PB생활을 하면서 외롭고 힘들 때가 있는데 그분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에게는 자산을 관리하던 당시에도 그랬지만 앞으로 이 직업을 하면서 늘 마음에 남아 있는 선생님 같은 고객입니다.

-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고객이 마지막 순간까지 찾는 PB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PB가 되겠다는 목표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대학 졸업 후에 취업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93년도에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하면서 자산관리형 영업을 했을 뿐입니다. 입사 후 아직 어린 동생들을 두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이후 가장의 역할을 해야했습니다. 제가 만나는 고객들이 부모님 연배셨기 때문에 부모라고 생각하고, 부모의 돈이라고 생각하고 자산관리를 했을 뿐입니다.

◇ 주식 알아야 자산관리 가능...투신에서 증권사로 이직

-투자신탁회사에서 증권사로 이직을 하셨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까.

▲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자산관리 영업이랄 게 따로 없었습니다. 13~14%이자가 보장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국에 뮤추얼펀드가 들어오던 시점에 자문업이 성행을 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주식이 자산관리에 포함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2000년 1월에 미래에셋에 입사했는데 당시 미래에셋은 펀드 등의 금융상품을 권장하고 주식은 온라인화했기 때문에 투신사 출신인 저로서는 주식업무를 배우면서 기존 자산관리 업무를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 WM센터원이 강북에 위치한 몇 안되는 VVIP센터다 보니 강북부자들과 많이 만날 것 같습니다. 강북 부자들의 특징이 따로 있습니까.

▲ 대투에 있는 시절부터 명동, 을지로 일대에서만 16년째 PB생활을 해오고 있습니다. 강북의 부자들은 세대를 이어 부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조선시대부터 부촌이었던 곳이 강북에 위치한 탓에 굴곡없이 자산을 지켜가는 부자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검소한 생활로 푼돈을 목돈으로 만든 자산가들이 많습니다. 운명하는 순간까지 저를 찾아주셨던 고객 역시 전문경영인이었지만 적금으로 만든 3억 원이 노후자금의 전부였습니다.

- 고객의 주 연령층이 어떻게 되나요. 연령에 따른 투자 스타일도 다를 것 같습니다.

▲ 절반 이상의 고객들이 대부분 10년 내외의 고객이고, 30%정도가 5년 이내의 고객입니다. 이 가운데 고객의 주 연령층이 55세 정도인데, 과거 그분들의 선친과는 달리 지키는 자산관리 전략에서 오픈된 마인드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대가 바뀐 탓도 있지만 지난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자산관리 트렌드가 바뀐 것 같습니다. 과거 강북 부자들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보수적인 투자스타일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조금더 액티브한 투자를 선택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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