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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중복 상장 규제, 내년부터 대폭 완화 운용경험 없어도 상장 가능…기초지수 상이하면 다른 ETF로 인정

이대종 기자공개 2013-12-23 11:14:52

이 기사는 2013년 12월 20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내년부터 상장지수펀드(ETF)의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200 등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의 경우 운용 경험이 없어도 추가 상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 달 27일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상품 담당 팀장 등과 만난 비공식 자리에서 ETF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토 중인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일단 중복 상장에 대한 정의부터 바뀔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동일한 지수가 아니더라도 ETF 전략과 투자자의 수요처가 일치하는 경우 중복 상장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변경 후에는 기초지수가 상이하고 수익률 추구전략 등이 차이가 날 경우 중복 상장이 아닌 것으로 인정할 예정이다.

최근 들어 상장이 이어지고 있는 단기유동성 ETF의 경우 이 같은 의중이 이미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단기유동성 ETF는 지난 2010년 우리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지난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올해에는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해당 상품을 상장한 바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복 상장에 대한 평가는 대부분 정성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게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라며 "단기유동성 ETF의 경우 기초지수 등과 전략이 일부 다르긴 하지만 거의 동일한 상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대표지수인 코스피 200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의 중복 상장도 완화될 전망이다. 기존에 코스피200과 연계된 ETF를 상장시키기 위해서는 ETF 운용경험이 있고 설정액 규모를 최소 1000억 원 이상으로 맞춰야 했다. 하지만 검토 중인 계획은 ETF 운용 경험이 없어도 2년 이상의 인덱스 펀드 운용 경험과 1000억 원 이상의 설정액을 동시에 충족시키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이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우리자산운용 등에서 상장한 8개 상품이 있다. 이들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달 기준 국내 전체 순자산 총액 대비 56%를 차지하고 있다. 일평균거래량도 34%를 넘어 여러 면에서 ETF 시장의 대표성을 띠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 같은 계획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다. A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복 상장은 비즈니스 차원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똑같은 커피믹스 제품이 있더라도 소비자가 자기 성향과 판단에 따라 상품을 다르게 구매한다"고 말했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현재 ETF 시장은 일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다"면서 "아직 ETF 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큰 만큼 투자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상품이 상장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중복 상장 완화 계획을 인정하면서 "중복 상장 완화에 대한 컨센서스가 업계 안팎에서 형성이 됐다"면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조건적인 중복 상장은 되도록 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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