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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 최악은 면했으나...IPO 부진 여전 [thebell League Table/ECM]'한계 봉착' 건설·해운+공기업이 시장 견인

한형주 기자공개 2014-01-02 14:16:54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1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장 회복의 전조인가. 아니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나서 누린 기저효과일 뿐인가. 2013년 국내 주식자본시장(ECM)은 리먼 사태 이래 가장 극심한 침체기로 평가받는 2012년보다는 활기를 띠었다. 그렇다고 시장 규모가 40조 원대에 육박했던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은 아닌 어정쩡한 성적이다.

ECM 확대를 유상증자와 블록딜 등이 이끌었다는 점도 뒷맛을 개운찮게 한다. △건설·해운 등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한계기업 △방만 경영으로 질타 받은 공기업 △장기 불황에 대비해 미리 실탄(유동성)을 확보해 놓으려는 대기업이 해당 거래의 단골손님들이었다.

증시 활황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업공개(IPO) 거래는 여전히 부진했다.

◇ECM, 2년만에 30조 돌파…주관실적은 전년과 비슷

31일 더벨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개년 ECM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13년 ECM 규모(거래금액 기준)는 32조 728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규모가 3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1년 이후 2년 만이다.

2013년 ECM은 2012년(27조 7947억 원)보다 17.7% 늘었지만 2011년(39조 898억 원)에는 16.2% 못 미쳤다. 비교 시점을 최근 5년 간으로 늘려보면 리먼 사태 이후 점진적 시장 회복기인 2009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번째 차트

특이점은 IB 하우스의 주관 실적 자체는 2012년보다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3년 한 해 동안 블록딜을 제외하고 주관사가 참여한 거래 규모는 총 3조 9337억 원으로 2012년(3조 1226억 원)과 비슷한 수치를 나타냈다. 2011년엔 9조 1588억 원이었다. 2013년 들어 전체 거래금액이 다시 30조 원선을 돌파했음에도 증권사들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꽁공 얼어붙은 시장이었던 것이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에선 18조 5235억 원(56.69%), 코스닥에선 5조 239억 원(15.35%)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 기타 비상장법인들의 ECM 거래금액은 9조 1511억 원(27.96%)이었다.

프로덕트 별로는 유상증자가 20조 4671억 원(62.54%), 블록딜이 5조 9258억 원(18.11%)으로 나란히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를 합친 주식연계증권(ELB) 발행금액은 총 5조 258억 원(15.35%)으로 집계됐다. IPO 거래 규모는 1억 3096억 원(4%)으로 전 프로덕트 중 가장 비중이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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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백만원

◇현대로템 상장 불구 IPO 한파 여전

총 40개, 1조 3096억 원 규모의 IPO 거래가 납입 완료됐다. 코스닥에서 37건의 거래가 성사된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상장은 3건에 불과했다.

IPO 시장 규모는 2012년(1조 93억 원)에 이어 2년째 1조 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IPO 르네상스로 불리는 2010년(10조 758억 원)은 말할 것도 없고 2011년(4조 2557억 원) 거래금액과 비교해도 3분의 1이 채 안된다.

2011년엔 유로존 재정위기와 일본 대지진 등 외생변수에도 불구, 한국항공우주산업(5675억 원), 현대위아(5200억 원), 하이마트(4197억 원), GS리테일(3003억 원) 등 중대형급 IPO 거래가 쏟아져 나오면서 평작 이상은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뒤이은 2012년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8068억 원) 이후 IPO 시장 최악의 해로 기억된다. 총 거래금액 1조 원 턱걸이에 건수도 28건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기저효과 치고는 2013년 IPO 시장 상황도 크게 긍정적이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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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백만원

2012년보다 IPO 건수가 10건 넘게 늘었음에도 규모는 거의 제자리걸음이었던 것은 그만큼 빅딜보다 중소형 딜 위주로 시장이 움직였다는 의미다.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는 2013년에도 조(兆) 단위 IPO라는 기대감만 남긴 채 훗날을 기약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3년 IPO 시장 최대어인 현대로템 거래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딜이었다. 공모 규모가 6223억 원으로 전체 IPO 시장의 절반가량에 달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로템 다음으로 공모금액이 많은 기업이 코스닥 상장사인 우리이앤엘(441억 원)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대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유상증자, 한계기업 자금조달 창구…두산·STX 등

2013년 유상증자 거래 규모는 20조 4671억 원으로 전년(17조 1630억 원)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이는 2011년(23조 4337억 원)과 비교해선 12.66% 미달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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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백만원

2011년엔 국내 증권사들의 잇단 대규모 증자가 한 축을 이뤘었다. 프라임브로커 자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자기자본을 3조 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굴지의 증권사들이 총 2조 9000억 원에 육박하는 자본을 확충했다. 주관사가 낀 딜로는 LG전자 유상증자 규모(9804억 원)가 가장 컸다.

2012년엔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가 인수 주체인 SK텔레콤을 대상으로 실시한 2조 3425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랜드마크 딜이었다. 더불어 유동성 리스크에 빠진 대한해운(4198억 원)과 벽산건설(3934억 원), 대한전선(3476억 원) 등도 각기 증자를 통한 생존 모드에 돌입했다.

한계기업들이 자금 조달 창구로 유상증자를 활용한 것은 2013년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두산건설은 2013년 들어서만 모회사 두산중공업과 SPC 등을 대상으로 총 3차례의 유상증자 및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을 단행했다. 발행 규모는 모두 1조 3616억 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STX팬오션(1조 1168억 원)은 단일 증자로 조단위 자금을 마련했다. 그외 재무 안전성이 취약한 대한해운과 대한전선 등은 2010년부터 거의 매해 유상증자로 자금 조달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2013년 증권사가 주관한 거래로는 한국가스공사 유상증자(7100억 원)가 단연 눈에 띈다. 2011년 LG전자 증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두 건 모두 우투증권이 대표주관을 맡았다. 가스공사 유상증자는 국가적으로 논란이 된 지 오래인 공기업 부채 문제를 의식,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다.

◇ELB, '분리형 BW' 금지 여파…CB·EB는 활기

ELB 발행금액도 전년(3조 8616억 원)보다는 많고 2011년(5조 8861억 원)만은 못한 수준이었다. 2013년 ELB 시장에선 총 5조 258억 원(15.35%) 규모로 거래가 진행됐다. 딜 종류 별로 BW가 2조 8303억 원(8.65%), CB가 1조 6280억 원(4.97%), EB가 5674억 원(1.73%)어치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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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BW 발행금액은 전년(2조 5821억 원) 규모를 소폭 웃돌았지만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서 막판 거래가 뚝 끊겼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CB와 EB 발행이 부각됐다. CB·EB 거래 규모는 전년보다 각각 70%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전체 ELB 시장 추이로 볼 때 BW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진 못했다는 평이다.

단일 거래로는 각각 3000억 원 규모로 발행된 한진해운 BW와 LG이노텍 CB가 ELB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산업은행과 대우가 한진해운, 우투가 LG이노텍 딜을 주관했다.

사실 2011~2012년까지만 해도 ELB 시장에선 자금난에 처한 동부그룹 및 STX그룹 계열사들이 BW를 활용해 시중 자금을 끌어 모으려는 경향이 짙었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이 그 예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나선 STX의 경우 계열사들이 채권단의 출자전환을 위한 유상증자 등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동부제철과 동부건설도 2013년 들어 BW로 300억~500억 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분리형 BW 발행 금지로 인해 앞으로도 ELB를 통한 자본 확충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딜, 최근 3년래 가장 큰 규모…정부 보유지분 매각 '봇물'

2013년 블록딜은 ECM 프로덕트 중 유일하게 앞선 두 해보다 규모가 늘었다. 한 해 동안 총 25건, 5조 9258억 원 규모의 블록세일 거래가 납입 완료됐다. 2011년 5조 5141억 원, 2012년 5조 7606억 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할 때 최근 3년 시장 추이는 꾸준한 증가세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국내 종합주가지수(KOSPI)가 2000선을 넘나드는 등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유동성 확보 차원의 차익실현이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엔 금융권의 조단위 블록딜이 시장을 이끌었다. 국민은행은 시간외 대량매매를 통해 KB금융지주 지분 9%를 처분, 1조 8632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2011년 가장 큰 블록딜로 기록됐다.

2012년엔 범현대가 계열사 지분 거래가 나란히 상위권에 랭크됐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자동차 지분(1.45%) 블록세일 규모가 7047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KCC의 현대중공업 지분(3.27%) 블록딜이 697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2013년엔 포스코가 재무 안전성 강화를 위해 8073억 원(4.73%) 규모의 자사주 블록딜을 단행한 것이 수위를 차지했다.

2013년 블록딜 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정부 보유지분 매각이 봇물을 이룬 점이다. 지난 4월 예금보험공사(KR&C)가 보유 중인 SK하이닉스 지분 0.63%를 1262억 원에 처분한 것을 비롯, 한 해 동안 하이닉스 지분 매각만 총 3건이 진행됐다. 정책금융공사가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총 2.96%, 6730억 원어치를 팔았다.

이후 KR&C는 11월 한국전력 지분(1.36%) 또한 블록딜 매물로 내놔 2774억 원을 조달했으며, 같은 달 금융위원회는 대우조선해양(3397억 원), 기획재정부는 IBK기업은행(2649억 원) 지분에 대해 일제히 블록세일을 실시했다.

2013년 ECM에선 굵직한 규모의 해외 자금 유치 사례도 많았다.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및 해외 EB·CB 발행이 대표적. 2013년 초 롯데쇼핑은 롯데하이마트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3212억 원 규모의 해외 EB를 찍었다. 이어 영원무역이 1231억 원어치의 GDR을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상장시켰고, 셀트리온은 해외 CB 발행을 통해 3264억 원을 조달했다.

하반기 들어선 코라오홀딩스와 두산인프라코어가 각각 1590억 원, 4212억 원 규모의 GDR을 발행, 나란히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시켰다. 다만 DR이나 해외 ELB 발행의 경우 국내 자본시장 거래에 해당되지 않아 더벨 ECM 데이터에선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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