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씨티 매트릭스의 실패…하영구의 한계 [한국씨티은행의 실패]⑥매트릭스 라인별 '배타성'…"하영구 행장 비즈니스 조율권한 없어"
송주연 기자공개 2014-07-14 08:29:02
[편집자주]
2014년은 한국씨티은행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씨티는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씨티가 진출 10년만에 구조조정이라는 실패를 선언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실패한 원인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8일 07: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을 움직이는 '매트릭스' 조직체계는 한국씨티 실패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씨티그룹의 매트릭스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결과, 기능별 독립성만 강조될 뿐 협업이 불가능한 조직구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매트릭스 조직은 다양한 사업부문과 많은 자회사를 거느린 서구의 대형 금융그룹들이 그룹 내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조직체계다. 계열사 체제의 수직체계와 각 부문별 수평체계를 결합해 조직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진다.
지난 2004년 매트릭스 체계를 도입한 씨티그룹은 수 천개의 자회사를 상품(은행·증권·자산운용·보험사), 고객(개인·기업·연기금 및 정부), 지역(아시아·유럽·미주·아프리카), 기능(생산·재무·판매·위험관리) 등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한국씨티도 이 같은 씨티그룹의 매트릭스 체계에 따라 운영된다. 하영구 행장 이하 각 조직별 부행장, 본부장, 부장 등으로 내려오는 수직체계와 동시에 소비자금융, 리스크관리 등 각 기능(function)별 수평체계에 따라 종과 횡으로 연결돼 관리된다.
문제는 수직체계보다 아시아지역본부의 영향을 받는 기능별 조직간 독립성이 지나치게 강하고 이를 조율할 책임자가 없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노조 관계자는 "씨티그룹은 분야마다 법인이 달라 그룹내 타 법인의 영향을 받지 않고도 조직 운영이 가능하지만 한국씨티는 이들과 구조가 달라 동일한 매트릭스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씨티는 기업금융, 소매금융, PB 등 서로 다른 분야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각 분야마다 매트릭스 라인을 총괄하는 아시아지역 대표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한국씨티는 매트릭스 라인마다 마치 다른 조직(법인)처럼 움직인다"며 "한국씨티 내의 A부서에서 B부서로 자금을 보낼 때조차 수수료를 지불하고, 이를 실적으로 계상하는 것도 각 라인별로 아시아 헤드(head)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 조직내에서 서로 마진을 붙여 영업을 하는 까닭에 타 은행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기 힘들고 수익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전체의 성과와 상관없이 라인별로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여서 다른 부서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씨티 내에서 부서간 협업을 유도하고 이를 조율할 책임자가 없는 것도 문제다.
현재 한국씨티는 소비자금융, 리스크관리, 재무관리, 전산, O&T(Operation & Technology), 비즈니스, 경영지원그룹 등 기능별 그룹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씨티그룹의 매트릭스 체계 상 각 그룹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싱가포르의 아시아 헤드로, 하 행장은 한국씨티의 최고경영자(CEO)임에도 조직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실제 권한이 없다. 조직의 균형 잡힌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는 업무라인마다 아시아 헤드 통제를 받기 때문에 부서별 독립성이 매우 강하다"며 "리스크와 영업이 충돌할 경우 그룹의 글로벌 리스크관리 기준에 부합하면 한국씨티의 비즈니스 라인 책임자는 이의제기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영구 행장은 씨티그룹 차원에서 한국의 관리자(컨트리 대표)일 뿐 비즈니스 간 업무를 조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조직 전체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보다 내 라인만 성과를 내면 된다는 이런 방식의 매트릭스 체계는 결국 한국씨티가 추락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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