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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전략에 발목 잡힌 미샤 [thebell note]

장소희 기자공개 2014-08-28 10:17:00

이 기사는 2014년 08월 26일 07: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화장품업계에는 '피니셔(finisher)'라는 제품을 둘러싸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피니셔는 여성들이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 바르는 제품으로 기초 관리제품의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5~6년 전 화장품업계에 'BB크림' 돌풍이 분 이후 이렇다 할 초히트상품이 없었던 터라 피니셔의 성공 여부에 업계의 눈과 귀가 쏠렸다.

피니셔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곳은 역시 아모레퍼시픽이다. 업계 최초로 피니셔를 개발, '설화수'라는 고급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내놨다. 반응은 뜨거웠다. 출시 한 달 반만에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이고 수많은 미투(Me-too)제품을 탄생시켰다.

미투 제품 론칭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곳은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숍 '미샤'였다. 이미 지난 2010년 출시했던 '미사 금설 기윤 에센스'를 리뉴얼해 피니셔라는 카테고리 상품으로 다시 내놨다. 그 간 광고와 마케팅에 아낌없이 쏟아 부었던 미샤는 피니셔 광고에도 열을 올렸다.

하지만 미샤의 야심찬 광고가 이익으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피니셔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리는데 중점을 둔 미샤의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기초관리 마지막 단계에 피니셔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식만 심어줬기 때문이다. 피니셔의 필요성을 자각한 소비자들은 '원조'인 설화수 제품 구매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미샤의 반복적인 미투 상품 출시가 소비자들의 피로감과 불신감을 높였다고 지적한다.
앞서 수입 고가 브랜드의 대표상품을 따라한 이른바 '짭테라', '짭색병 에센스' 등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미샤가 시장을 선도할 제품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이블씨엔씨가 2분기 연속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나타낸 데 대해 업계의 반응이 냉랭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매출액의 25%가 넘는 비용을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에 쓰고 있지만 연구개발비는 여전히 1%를 넘기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최고 수준의 할인일수를 기록하며 제 살 깎기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미샤의 피니셔 제품 사례는 단순히 광고의 효과 문제가 아니다. 원조제품을 따라갈 수 없는 미투 상품의 한계로만 보기에도 부족하다. 10년 가까이 브랜드숍 1등 자리를 누리며 잃어버렸던 초심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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