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27일 11: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앞으로 중개법인이 아닌 일반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은 상업용 부동산 매매와 임대차 거래 등의 용역 서비스를 하지 못한다. 지난 7월 개정 공인중개사법 시행으로 부동산 옥외광고 등에 규제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법 시행과 맞물려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와 관할 지자체 등이 영업보수를 목적으로 한 매매와 임대차 서비스에 제동을 걸면서 컨설팅 명목의 자문 활동이 어렵게 됐다. 특히 국내 대형 오피스빌딩 거래를 독점하다시피 해 온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본사를 둔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는 올 초 관리 중인 서울 도심 주요 건물의 임대차 안내 광고물을 모두 철거했다. 코오롱빌딩, 유진투자증권빌딩 등의 로비에 설치된 안내 가판이 모두 사라졌다. 세빌스도 옥외광고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처럼 다국적 부동산컨설팅 업체들이 광고물을 모두 철거한 이유는 공인중개사법 시행으로 위법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9일 시행된 공인중개사법은 중개 대상 물건의 옥외광고물 등을 설치하는 경우 중개법인의 상호와 대표자 성명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인터넷, 신문 등을 통한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실상 중개법인을 설립하지 않고는 대형 빌딩의 매매와 임대차 자문을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사정이 이렇자 대형 부동산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별도의 중개법인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존스랑라살은 이달 초 외국계 부동산컨설팅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부동산중개법인 '존스랑라살르부동산중개유한회사(대표이사 이한국)'를 설립했다. 존스랑라살이 100% 지분을 투자했다.

세빌스도 이르면 이달 중 중개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본사와 협업 방식으로 업무를 분장해 중개법인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CBRE 등도 국내 중개법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외국계 부동산 컨설팅업체들이 중개법인 설립에 뛰어든 속사정은 따로 있다. 국내 부동산 업계와 해묵은 갈등인 중개 법적 분쟁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국내 상업용 부동산시장을 주무르는 외국계 부동산투자회사는 그 동안 컨설팅 명목으로 자금 조달과 매매, 임차인 모집, 건물관리 등에 관여해왔다. 중개 행위에 해당하는 매매와 임대차 거래 자문을 맡으면서 가치평가, 투자성 등의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를 엄밀히 따지면 법을 위반한 셈이 된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은 영업보수를 목적으로 전업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법인이 아닌 자가 중개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그 동안 중개 자격이 없는 무자격자가 수천억 원 규모의 빌딩 중개를 한 셈이다. 이 때문에 공인중개사협회를 비롯한 부동산 업계의 반발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원스톱방식으로 이뤄지는 컨설팅 업무에서 중개 행위를 명확하게 가려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가 올 들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공인중개사법 개정 후 서울시 각 자치구가 옥외 광고 행정지도를 펼치고, 국토교통부는 빌딩 거래 정보 수집에 나섰다. 결국 공인중개사법 시행은 이 같은 법적 분쟁의 마침표를 찍는 계기가 된 셈이다.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업체 한 임원은 "대부분 외국계 컨설팅업체가 해당 진출 국가의 법령에 맞춰 영업활동을 해오고 있다"며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중개법인 설립 등 법적 요건을 갖추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