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8월 28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이 국내 대기업으로 불똥이 튀었다. 컨설팅 명목의 부동산 매매와 임대차 거래 중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전담 계열사를 통한 건물관리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기업들이 현행법을 준수하고, 건물관리와 임대차 행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열사를 중개법인으로 전환하거나 중개법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골목 상권 침해 이슈와 중개법인 대표이사의 공인중개사 자격 취득 조항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한화 등 주요 대기업은 부동산 관리회사를 별도로 두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그룹 소유의 건물 임대와 유지 관리 등을 한다.

삼성그룹은 에스원이 삼성에버랜드의 건물관리업을 양수해 부동산 관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엔지니어링, LG는 서브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의 경우 각각 포스메이트와 한화63시티를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그룹 소유의 건물관리를 도맡다시피 하고 있다. 건물관리에는 임대업도 포함된다. 예컨대 A그룹 계열사가 건물을 새로 지어 임차할 경우 계열 부동산 관리회사를 거친다. 임대차 거래 외에 건물관리와 유지보수 등 컨설팅 형태의 부가적인 서비스가 제공된다.


대기업들이 계열사 임대차 거래와 건물관리를 외부에 위탁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컨설팅업체 선정이 경쟁 입찰 형태로 이뤄지지만 대부분이 계열사 수중에 떨어진다. 이는 대기업들이 주요 부동산 거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오피스빌딩 매매와 임대차 과정에서 신사옥 설립, 계열사 이전 등의 주요 정보가 외부에 새나갈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관리를 맡는 그룹 계열사들이 올리는 수익도 짭짤하다. 삼성그룹 계열 에스원의 건설관리사업부는 지난해(삼성에버랜드 시절)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중개법인의 업무 영역을 일부 침범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은 일정 보수가 발생하는 매매와 임대 알선 행위를 전업공인중개사 또는 중개법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문제 삼을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현안을 가장 심각하게 고민한 곳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앞두고 건물관리사업부 운영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중개사협회 등의 업계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토해양부가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면서 적잖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그룹은 현재 중개법인 신설과 위탁 등의 여러 대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퇴직임원 등을 대표이사로 내세워 중개법인을 신설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대기업의 중개법인 신설은 자칫 외부에 골목상권 침해로 비쳐질 수 있다. 게다가 중개법인 대표이사는 공인중개사 자격을 갖춰야 한다. 계열 중개법인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 중역들에게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외부 제도 변화에도 불구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 계열인 포스메이트는 임시방편으로 건물 관리실에 임대차 옥외광고 등을 위임할 방침이다. 서브원은 중개법인 설립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빌딩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건물관리업을 시작할 때부터 부동산중개업법(현 공인중개사법)과 충돌 이슈는 내부에서 심각하게 제기됐던 사안"이라며 "최근 공인중개사법 시행과 옥외광고 규제 등을 계기로 주요 그룹들의 부동산 관리에도 변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