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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 관전 포인트 [thebell note]

길진홍 기자공개 2014-12-02 09:10:00

이 기사는 2014년 12월 01일 07시2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성건설(미소지움), 풍림산업(아이원), 벽산건설(블루밍), 우림건설(필유), 월드건설(메르디앙)'

우리에게 일반 아파트 브랜드로 친숙한 건설사들이다. 하나같이 금융위기 후 자금난으로 채권단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불행하게도 대부분 이전 모습을 찾지 못했다. 일부는 법정관리를 거쳐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낡은 아파트 외벽에서나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기업 회생 관점에서 보면 모두 실패한 워크아웃이다.

금호산업은 그럼에도 살아남았다. 지난 5년간 채권단 신규자금 지원을 비롯한 출자전환, 감자, 이자율 조정, 대주주 유상증자 등이 잇따랐다. 기업 회생을 위해 필요한 종합 처방과 치료가 이뤄졌다. 채권단은 무려 2조 원 이상의 출혈을 감수했고, 대주주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2200억 원의 사재를 털었다. 덕분에 수많은 협력업체들은 줄도산을 면했다. 워크아웃 근거법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은 이 같은 대규모 지원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금호산업 워크아웃은 어느덧 종착역에 와 있다. 채권단은 최근 삼일회계법인 실사를 근거로 금호산업에 '완치' 판정을 내렸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해소와 맞물려 기초체력을 회복해 매출이 다시 늘고, 흑자경영을 실현한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 경영권 매각이 완료되면 금호산업은 성공적인 워크아웃 종료 티켓을 거머쥐게 된다.

상황은 그러나 간단치 않다. 채권단 지분 매각을 앞두고 셈법이 복잡해졌다. 채권회수 차원에서 매각대금 극대화를 노리는 채권단과 박 회장의 경영권 회복이라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머니게임 양상으로 판이 바뀌었다. 이제는 누가 더 많은 돈을 써내고, 실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당장은 박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로 보인다. 우선 매각주관사 선정이 복수입찰로 성사되지 않았다. 주요 IB들이 이번 딜(Deal)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상승세를 타던 주가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렇게 되면 박 회장은 가격부담을 덜 수 있다. 시장은 어떻게든 그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고,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많은 변수가 남아 있다. 주변에는 금호산업에 딸린 아시아나항공에 눈독을 들이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자산 9조 원 규모의 계열사 집단을 차지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지분 6% 이상을 취득한 호반건설이 우군인지, 적군인지 여부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대기업들이 호반건설을 거쳐 인수전에 뛰어들 경우 '신사협정' 걸림돌을 피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자칫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힐 경우 딜(Deal)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각주체인 금호산업의 시장 복귀와 조기 정상화다. M&A가 금호산업을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면 워크아웃 취지를 반하는 일이 된다. 이번 거래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누구든 먼저 그 답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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