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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인상 통한 내수증진 효과 의문"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고소득층 소비 독려가 더 효율적"

박창현 기자/ 이경주 기자공개 2015-03-25 10:00:00

이 기사는 2015년 03월 24일 1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기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상황은 우리경제의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올해도 정부는 내수진작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중국의 추격 등 어려운 대외여건을 맞아 우리 내수경기가 올해 살아날 수 있을까. 특히 일각에서 거론되는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진작 요구는 실효성이 있을까.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 연구위원은(사진)은 24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주최한 '2015 더벨 경영전략 포럼'에서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내수경기' 주제 발표자로 나서 "정부 차원에서 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효과 발현 여부와 대내외 변수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수출 주도 경제 성장 구조를 갖춘 우리나라에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먼저 김 연구위원은 가계 소득 부진을 임금 소득과 연관시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전체 가계 소득 증가율이 낮게 형성된 것은 임금 소득보다는 자영업자의 사업 소득 증가율이 낮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한국은행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2년까지 가계 소득 연평균 증가율은 5.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임금 소득 증가율은 7%에 달했지만 자영업자 사업소득 증가율은 1.4%에 불과했다. 평균 이하의 사업소득 증가율 탓에 전체 가계 소득 증가폭이 줄어든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임금 인상→가계소득 증가→가계 소비 증가' 시나리오도 주요 통계 지표를 살펴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8년 간 가계 소비 성향 통계를 살펴보면 경상 소득은 31.6%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은 22% 오른데 그쳤다"며 "이는 국민들의 평균 소비 성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 지출이 둔화된 것은 사회보장 비용과 이자 비용, 조세 등 비(非)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의 임금 인상 기조와 단순 비교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2013년 기준 53.9%로 일본(16.2%)과 미국(13.5%)에 비해 상당히 높다. 따라서 임금을 높여 내수 시장을 살리더라도 노동 비용 증가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면 전체 경제 성장률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을 위해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계청 자료를 보면 고소득층 평균소비성향을 5% 포인트만 상승시켜도 전체 소비는 2.63% 증가한다"며 "하지만 2010년 이후 우리나라의 고소득층 평균 소비성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소득세와 과소비 논란 등이 국내 소비 진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고소득층의 국내 소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가 과거와 같이 노동과 자본 집약적 성장 방식만을 고집하면 저성장 기조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국내 생산가능 인구는 2016년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게 된다. 투자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변수는 결과적으로 제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저상장 기조가 고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8년부터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0% 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선진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제조업 분야에서는 중국에게 추격당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주력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넘어가고 그 과정에서 연구개발(R&D)과 금융 분야가 발전하면서 시너지가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 연구위원 발표 전문.

한국경제는 1970년~1990년대까지 고성장을 해오다 2000년대 들어서 4%대로 주저앉고 최근엔 3.7% 수준으로 더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4년 이상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며 상당히 장기간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위기 때 보여지던 현상이다. 이제는 저성장 국면을 받아들여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저성장 기조는 노동, 자본, 생산성 등 3가지 생산요소에서 드러난다. 우선 생산가능인구(노동)가 2016년 이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청년실업이 장기화되면서 고학력자들에 대한 인적자원이 훼손되고 있는데 노동투입인구가 감소하면 성장잠재력이 떨어진다. 기업(자본)들의 투자부진 장기화와 반기업정서의 확대도 성장잠재력을 잠식하는 원인이다. 또 2011년 이후의 저성장은 제조업(생산성) 부진에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선진국의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반면 중국에는 추격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저성장 추세는 일본의 장기침체 경로와 유사하다. 이대로 가면 2030년대 후반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은 3.4%로 전망한다. 지난해 3.3%보다 0.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정부의 통화와 재정 정책이 모두 확장기조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외여건은 불안한 상황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신흥국 중심으로 금융,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저가 심화될 수 있다. 또 국제유가 급락은 석유화학, 조선업종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지난해 1.7%에서 올해 2.4%로 나아질 것으로 본다. 고용의 양적 회복과 주택경기 회복, 유가하락 등 요인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5.8%에서 올해 4.8%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비투자 회복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경기전망 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크게 악화돼 투자여력도 떨어졌다. 또 미국 기준금리인상으로 국내외 투자자금 조달비용이 상승해 투자심리 회복은 여전히 정체된 모습이다.

건설투자는 지난해 1.1%에서 올해 2.9%로 나아질 것으로 본다. 건설투자는 정부정책이 가장 큰 변수인데 지난해 하반기 이후 DTI, LTV 등 금융규제 부동산 3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등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투자심리가 많이 살아났다. 올해 기간인프라(SOC) 예산이 24.8조 원으로 전년대비 4.7%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또 약 6분기 정도 선행성을 갖는 건설수주가 올해 하반기부터 반영돼 건설투자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밖에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0.5%에서 올해 1.9%로 상승할 전망이며, 경상수지는 상품수지의 대폭 개선으로 같은기간 892억 달러에서 1099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소비자물가는 같은기간 1.3%에서 1.4%로, 회사채 수익률은 3%에서 2.3%로, 원/달러 환율은 1053원에서 1095원이 될 전망이다.

정부의 ‘임금주도형 성장' 정책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지금 가계소득이 부진한 것은 임금상승률이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 2006년에서 2013년까지 근로소득의 증가율은 32.6%로 같은 기간 전체 가계소득 증가율 30.6%보다 더 높다. 임금은 충분히 늘어난 것이다. 반면 자영업자(사업소득) 소득증가율은 같은기간 19.2%에 그쳤다. 가계소득이 부진한 이유는 자영업자 소득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금을 인상한다고 가계소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또 가계소득의 증가가 지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상소득(2006~2013)이 31.6% 증가할 동안 가계소비 지출은 22% 증가에 그쳤다. 지출부진의 원인은 사회보장, 조세, 부채 감축 등 비소비지출 및 기타지출 증가에 기인한다. 결과적으로 임금을 인상해도 소비는 그렇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임금주도형 경제성장 체제는 임금 증가로 인한 소비 증가가 임금증가로 인한 이윤 감소 및 투자감소의 효과보다 더 클 경우에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경제의 구조에 적합하지 않은 대책이다. 우리나라는 GDP에서 수출이 53.9%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16.2%) 및 미국(13.5%)에 비해 상당히 높다. 임금 증가가 국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진다 해도 '단위노동비용 상승→경쟁력 약화→수출 타격'으로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다. 따라서 고소득층 소비성향 증대가 경기부양에는 더 효율적일 것으로 보인다. 1분위(저소득층) 소득이 10% 증가할 경우 전체 소비는 1.02% 증가에 그치지만 5분위(고소득층) 평균소비성향을 5%만 상승시키면 전체 소비는 2.63% 늘어난다.

이를 위해선 고소득층이 국내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2006년부터 2013년 가계소비지출이 22% 증가할 동안 해외직구는 190%나 증가했다. 해외에서 쓸 돈을 국내서 쓰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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