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현대상선, 자산 매각 '배수진' 아산·반얀트리·연수원 활용 자금조달, 가용 자산 총동원
박창현 기자공개 2015-11-13 08:30:24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2일 11: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동성 위기를 맞은 현대상선이 가용 자산을 모두 내놓으며 자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자구안 카드까지 내놓았다는 점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다.현대상선은 최근 현대아산 지분 33.79%와 현대엘앤알 지분 49%를 각각 358억 원, 254억 원에 현대엘리베이터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추가로 현대증권 주식 일부와 현대종합연수원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1392억 원도 차입했다.
외부 차입도 이뤄졌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주식 일부를 신탁사에 맡기고 2500억 원의 자금을 빌렸다. 보유 자산을 활용해 총 4504억 원의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현대상선은 이렇게 확보한 자금을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당장 지난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으로부 빌린 1986억 원을 갚기로 했다. 현대증권 매각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
업계는 현대상선이 마지막 자구안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그룹 핵심 계열사다. 현대아산과 현대증권, 현대종합연수원,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엘앤알(반얀트리호텔) 등을 모두 지배하고 있다.
현대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현대상선은 하지만 이번 거래로 지주회사 지위를 사실상 내려놓게 됐다. 이번 자구안은 과거 비핵심 자산 매각과 달리 그룹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핵심 자산을 처분하고 담보로 맡기는 거래였다.
여전히 현대상선은 현대아산과 현대종합연수원, 현대증권의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분을 담보로 맡겼다는 점에서 향후 내부 자금 상황에 따라 지배 구조가 언제든 바뀔 여지가 있다. 그룹 지배구조의 근간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현재 현대상선은 그룹의 명운을 내걸고 자금조달에 나서야할 만큼 절박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는 다양한 자구 노력을 통해 차입금 상환 스케쥴을 마련했지만 당장 내년이 문제다.
현대상선은 내년 회사채와 자산유동화차입금, 금융리스부채 등 총 1조 원의 외부 차입금을 갚아야 한다. 영업 활동을 통한 현금 창출로 차입금을 갚아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다. 하지만 해운업 장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단기간 내 수익성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실제 현대상선의 경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이자비용 등을 반영한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 'EBIT'가 2011년 1분기 이후 18분기 연속 적자다.
이에 현대상선은 핵심 자회사 지분까지 내놓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업계는 자구안 이행 과정에서 현대상선에서 현대엘리베이터로 계열사 지분이 이동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현대상선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자연스럽게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진 만큼 현대상선만 따로 떼내 팔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예상대로 현대상선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보유 자산을 팔아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제 쓸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향후 업황 개선 여부에 따라 현대상선의 운명도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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