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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대상선 지배력 약화 '20% 벽 깨져' 증자 일부 참여로 지분율 25%→22%…BW 행사시 19.7%로 희석

박창현 기자공개 2015-11-11 08:42:19

이 기사는 2015년 11월 10일 15: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배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와 메자닌 증권을 연이어 발행하면서 지분율이 희석됐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해운업 장기 불황 여파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 지난 2009년 이후 7년 째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특히 최근 3년 간 1조 6800억 원 규모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 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재무구조 또한 취약해졌다.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올해 들어 자산 매각과 함께 신규 자본을 확충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올 3월 2373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9월에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1500억 원 어치를 발행했다. 연이은 외부 자금 조달로 현대상선은 조금이나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그룹과 현대상선은 자금조달에 따른 대가를 치뤄야했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율 희석과 지배력 약화가 그것이다.

유상증자의 경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이 모두 청약에 참여하면 지분율 희석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상선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글로벌은 배정 물량 중 일부에 대해서만 청약을 신청했다. 증자 참여 규모를 줄여 자금 투입 부담을 줄이고,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됐다.

실제 현대엘리베이터는 배정된 물량 가운데 37%만 청약했고, 나머지 63%에 대해서는 신주인수권을 매각해 62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배정 물량을 포기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22.03%에서 19.54%로 줄었다.

현대글로벌 역시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증자에 참여한 탓에 지분율이 2.04%에서 1.98%로 소폭 감소했다. 핵심 주주들의 이탈로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기존 25.19%에서 22.48%로 2.71%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발행 완료된 BW는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배력 약화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BW가 일반공모로 진행돼 신주인수권리 행사시 지분율 희석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BW 투자자들은 올해 10월부터 사채 만기일 1개월 전인 2019년 8월까지 언제든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가액 5000원 기준으로, 권리 행사가 모두 이뤄지면 신주 총 3000만 주가 발행된다. 해당 신주가 모두 발행되면 현대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율은 19.75%대까지 떨어지게 된다.

통상 증권업계는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한 상장기업의 지분율 마지노선을 20%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시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해한다는 의무 조건이 붙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는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시급한 자금 마련 사정을 감안해 지배력 약화까지 감내하고 다양한 자금 확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우호 주주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공격적인 행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케이프포춘의 금융 계열 자회사 '마켓밴티지((Market Vantage Limited)'를 대상으로 총 1170억 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거래 완료 후 마켓밴티지는 현대상선 3대 주주(1523여 주, 7.33%)에 등극했다.

무엇보다 해당 주식은 다른 우선주와 달리 의결권도 갖는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를 확보한 셈이다. 현대글로벌은 마켓밴티지 보유 지분 1300만 여주에 대해 콜옵션도 갖고 있다. 다만 백기사 유지를 위해 매년 5%의 이익 배당을 지급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공모 CB나 BW 발행은 거래 후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지분율 희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신중하게 선택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라며 "현대상선은 재무 여건과 우호 세력 확보 등 내부 사정을 고려해 BW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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