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멍드는 카드사]16조 여유 자본, 그래도 '위기'인 이유②양호한 건전성도 하루아침에 무너진 카드사태 교훈
안영훈 기자공개 2016-01-21 10:24:38
이 기사는 2016년 01월 19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업계가 2016년을 '경영 위기의 해'로 평가하고 있다. 산업특성상 국내 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경기침체 장기화를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다.하지만 카드사는 예상을 뒤집고 위기의 진원지로 시장 위험이 아닌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를 손꼽고 있다. 2003년 카드사태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은 후 반강제적으로 도입된 내실경영 문화를 통해 시장 위험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지만 일방적인 국회와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 강화엔 속수무책이란 의견이다.
더벨이 실시한 국내 카드사의 경영지표 분석에서도 카드사의 경영상태는 안정적이었다. 경영지표 분석에는 객관성 확보를 위해 금융감독원이 사용하는 경영실태평가(CAMEL) 계량지표를 사용했다. 그러나 안정적 경영상태는 경비 절감 등 카드사들의 자구 노력으로 구축된 측면이 크지 우호적 영업환경 덕은 아니었다. 2003년 카드사태 당시를 되돌아보면 양호한 건전성은 규제 강화 후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어 최근처럼 반강제적인 수익원 차단이 자주 발생할 경우 언제든지 경영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카드사 자본 적정성 16조 여유…자산 질적 제고 노력
2003년 카드사태 발생 전 국내 카드사의 자본 적정성 지표인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4%를 육박했다. 카드사태가 발생하자 조정자기자본비율은 5%까지 급락했고,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경영지도 비율 8%를 넘어섰지만 대규모 부실에선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린 것이다.
2015년 6월 말 카드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7.25%에 달한다.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층 더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경영지도 비율 대비 20%포인트, 금액으로 따진다면 16조 원의 여유 조정자기자본을 쌓아두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매년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조정자기자본비율 변동도 크지 않다. 2014년과 2015년 상반기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 비교에서 국내 7개 카드사(하나카드 합병으로 제외) 중 조정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곳은 4곳이지만 최대 하락폭은 0.76%포인트에 그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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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자산의 질을 살필 수 있는 자산 건전성 지표도 대부분 개선세를 기록 중이다. 현대카드의 자산 건전성 지표가 소폭 악화 추세를 기록했지만 타사들과 비교했을 땐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자산의 질적 측면은 고려치 않고 과당경쟁을 통해 외형 늘리기에 급급하다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던 2003년과는 현격히 다르다. 오히려 금융감독 당국이 내세우는 내실성장에 가깝다.
채무상환과 신속한 대출여력을 나타내는 유동성 지표는 오히려 과하다고 할만큼 높은 수준이다. 회원사들에 대한 신용카드사업 제반업무 대행 등 일반 신용카드사와 달리 유동성 위험 노출이 적은 BC카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7개 카드의 유동성비율은 300~400%대에 이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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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악화 환경, 경비절감으로 극복…규제강화 찬물
경기침체란 비우호적 영업환경으로 수익성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카드사의 경영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마른수건을 짜내 듯 비용절감을 통해 씀씀이를 줄이면서 여전히 일정부분의 마진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상반기와 2015년 상반기 수익성 지표 분석에서 8개 카드사 중 총자산순이익율이 감소한 곳은 KB카드, BC카드, 하나카드 단 3곳 뿐이다. 이중 하나카드는 실질적인 수익감소가 아닌 외환카드와의 통합에 따른 일종의 착시효과가 반영됐다. KB카드와 BC카드의 감소율도 0.3%대에 그친다.
오히려 수익성 지표 분석에선 카드사의 비우호적 영업환경 극복을 위한 노력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총자산에서의 총경비를 나타내는 총자산경비율은 일종의 생산성 지표로, 대부분의 카드사는 외형을 늘리면서도 경비를 줄여나가고 있다.
세전 수익 대비 세전비용을 나타내는 수지비율도 대부분 감소추세다. 이 또한 카드사의 비용절감 노력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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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있지만 끊임없는 비용절감 등의 자구노력으로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면서도 "수익성이 여전히 좋으니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라는 규제 강화는 카드사의 자구노력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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