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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엘 유럽법인 매출 반토막…현대모비스 탓? 매출 '846억→453억'..모비스 현지 생산으로 현대차 물량 감소

박창현 기자공개 2016-04-05 10:10:00

이 기사는 2016년 03월 30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견 자동차 부품사인 에스엘(SL)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자체 생산 결정 여파로 유럽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스엘은 현대모비스가 직접 생산에 나선 램프 제품 판매를 사실상 포기하고 대신 샤시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두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스엘 유럽법인인'에스엘폴란드(SL POLAND)'는 지난해 453억 원의 매출과 4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46.3% 줄었고 순손실액은 30억 원 이상 더 커졌다.

에스엘

에스엘 유럽법인 실적 악화는 최대 고객사인 현대차그룹 부품 조달 전략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현대차그룹이 유럽시장에서 핵심 자회사인 현대모비스를 통해 직접 부품을 납품받으면서 과거 거래처였던 에스엘이 직격탄을 맞았다.

에스엘은 지난 2009년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KMS)과 현대차 체코공장(HMMC)에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기 위해 오스트리아 판매법인 'Samlip Gmbh'을 설립했다. 자본금은 1억 9500만 원이며 전액 에스엘이 출자했다. 국내 공장에서 만든 자동차 램프 부품을 가공하거나 포장해 현대기아차 현지법인에 판매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었다.

Samlip Gmbh은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연착륙에 힘입어 안정적인 수익을 냈다. 2011년 905억 원의 매출과 22억 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안정적으로 800억 원 대의 매출을 시현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에스엘에서 납품받던 램프 부품을 자회사 현대모비스를 통해 유럽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에스엘도 격변기를 맞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1200억 원을 들여 체코 모슈노프 오스트라바시 18만㎡ 부지에 4만3000㎡ 규모의 램프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예정대로 2017년 완공되면 연간 자동차 75만 대 분량의 램프를 생산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현지 전략차종에 들어가는 헤드램프과 리어램프가 주력 제품이다.

직격탄을 맞게 된 에스엘은 지난해 Samlip Gmbh 청산을 결정한다. 대신 아직 남아있는 계약 물량 공급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생산법인인 에스엘폴란드에 판매 기능을 이관했다.

에스엘은 GM의 유럽 자회사 '오펠(Opel)'에 샤시 부품인 자동차 페달과 쉬프트 레버를 납품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에스엘폴란드를 설립했다. 3년 여 간의 준비를 마치고 지난해 3분기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하고 있다.

에스엘폴란드는 Samlip Gmbh의 판매 기능을 넘겨받은 덕분에 본격적인 상업 생산 전부터 꾸준히 매출 실적을 쌓을 수 있었다. 당장 회사 설립 이듬해인 2013년 3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판매 기능이 완전히 넘어온 2014년에는 846억 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자체 부품 조달을 통한 현대차 수직계열화 구축 결정이 내려지자 점진적인 에스엘 물량 감소가 이뤄졌고, 그 여파로 지난해 매출액이 반토막났다.

에스엘폴란드의 매출 감소세는 향후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 물량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대신 본업인 오펠향 샤시 부품 생산 판매를 통해 외형 확장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스엘 관계자는 "청산된 Samlip Gmbh를 대신해 에스엘폴란드가 남아있는 현대차 부품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며 "현대모비스가 현지 공장을 세웠기 때문에 향후 추가적인 부품 납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향후 에스엘폴란드는 GM향 부품을 생산 판매해 매출 규모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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