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4월 19일 07: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대우가 출범하면서 회장으로서 이 조직을 사랑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미래에셋이 제 애인이고 미래에셋이 아프면 제가 아픕니다."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의 소통법이 변했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일방통행식 경영을 이어나가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감성적이면서 따뜻한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직설적인 평소 박 회장의 소통법을 감안하면 매우 부드러워졌다는 것이 주변 전언이다.
박 회장은 지난 15일 미래에셋대우 임원 300명 앞에 섰을 때도 '사랑'이라는 표현을 10여차례나 썼다. 옛 대우증권에 애착을 갖고 조직을 애인처럼 사랑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긴장한 임원들을 풀어주겠다며 재치있는 농담을 계속 던지는 등 유연한 분위기를 위해 노력했다.
새 식구가 된 옛 대우증권 직원들을 껴안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증권은 박 회장이 만들어 키운 회사기 때문에 회장 권위만으로도 조직 통합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랜 역사를 지닌 옛 대우증권 직원들을 같은 방식으로 껴안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박 회장의 소통법이 아래로 잘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옛 대우증권 임원 일부가 퇴직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은 피인수 기업의 숙명으로 넘기더라도, 노조에 대응하는 모습은 '사랑하는 연인'에게 하는 행동 같진 않다.
미래에셋증권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옛 대우증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복리후생 등이 통합되지 못한 채 불편한 동거가 이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불안과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난제들이 박 회장의 말대로 각 사 최고경영진(CEO)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치부하더라도, 회장과 직원의 온도차가 지나치게 극명하다. 그리고 그 온도차에 직원들이 점차 실망하고 있다.
물론 박 회장의 소통법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미래에셋대우 직원 모두를 가급적 최대한 껴안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에겐 밥그릇이 달린 문제다. '사랑'이라는 말만으로 불안을 잠재울 수는 없다. 진정성은 소통에서 나오고, 소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글로벌 IB라는 핑크빛 미래를 그리는 일, 빠른 통합을 추진하는 일보다 당장 더 급한 것은 불안한 구성원 달래기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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