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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밸류운용 '폭풍성장'..10년펀드 효과 [자산운용사 경영분석] 성과저조에도 리테일 자금이탈 거의 없어

박상희 기자공개 2016-04-21 10:15:19

이 기사는 2016년 04월 19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치투자 전문 운용사를 표방하는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최근 3년 성장세가 눈부시다. 2012년 말 기준 20억 원에 불과하던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175억 원으로, 9배 가까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80억 원 수준의 수수료수익은 330억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밸류운용의 폭풍성장엔 대표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이 기여한 바가 크다. 수수료수익과 순이익 등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3년 10년펀드는 연간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구가하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주식형펀드에 등극했다. 한 때 7000억 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수탁고가 1조 7000억 원까지 올라섰다.

◇ 최근 3년 새 순이익 9배 성장..2013년 펀드 수익률1위 '전환점'

한국밸류자산운용은 2012년까지는 영업수익이 100억 원을 넘지 못하는 군소운용사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3년을 전환점으로 회사 이익규모가 급속도로 성장했다.

19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한국밸류운용의 2012년 말 기준 영업수익은 83억 원 수준이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6억, 20억 원에 그쳤다. 이듬해인 2013년 말 기준으로는 영업수익이 163억 원으로 2배 증가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6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밸류운용 수익 추이
*출처: 금융투자협회

이후로도 계속 탄탄대로다. 2014년 말엔 영업수익이 300억 원을 넘어섰고, 순이익도 160억 원에 달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수익은 336억, 영업이익은 226억, 순이익은 175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 이후로는 모든 실적 수치가 우상향하고 있다.

분수령은 회사 대표펀드인 10년펀드의 수익률이었다. 10년펀드는 지난 2013년 연평균 20%에 달하는 수익률을 올리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주식형펀드에 등극했다. 당시 19.39%(C클래스 기준)라는 수익률은 벤치마크(0.12%) 및 유형평균(1.52%)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였다.

펀드가 정상에 오르지 자금유입에도 탄력이 붙었다. 전해에 7000억 원 수준까지 털어졌던 수탁고는 1조 7000억 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수익률은 하락세를 그렸지만 투자자 이탈 움직임은 크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도 1조 5000억 원 안팎의 대형펀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 한국증권 등 계열 판매사 '탄탄'..리테일자금 이탈 없어

한국밸류운용은 최근 성과 저조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 자금이 많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초 이후 최근까지 기관투자가 투자일임 계약 규모가 6조 3218억 원에서 1조 606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무려 5조 원 가까운 자금이 이탈한 것이다.

10년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6.9%로 저조하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가 대부분인 공모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은 기관자금과 달리 많지 않았다. 한국밸류운용이 최근 1년 간 운용 성과 저조에도 불구하고 수수료수익과 순이익이 타격을 받지 않은 것은 리테일 기반의 공모펀드가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엔 모회사이자 계열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역할이 컸다. 한국밸류운용의 장기투자 철학과 수익률 패턴을 이해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은 단기 성과가 저조하다고 투자자들에게 리밸런싱을 권유하지 않았다.

한국밸류운용펀드 판매비중
*출처: 금융투자협회

한국밸류운용의 펀드 설정잔액 중 한국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40.89%로 절반에 가깝다. 나머지 판매사 가운데 잔고 점유율이 10%가 넘는 곳은 없다. 신한은행(7.16%), 국민은행(5.56%), 삼성증권(4.66%)의 순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증권이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한국증권은 트랙 레코드가 전혀 없는 10년펀드를 끌어줬다. 더욱이 판매 초기에는 업계 최초로 '3년 환매 제한' 규정을 내세웠던터라 다른 판매사들이 부담을 느낄 때였다.

한국밸류운용은 환매 제한 규제가 자율화 된 이후에도 여전히 3년 규정을 고집하고 있다. 이 규정이 장기문화 확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3년 10년펀드 수익률이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난 이후 투자에 나선 고객이 3년 환매 제한을 이유로 성과 저조에도 여전히 투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밸류운용이 기관자금 이탈에도 여전히 실적이 좋게 유지되는 것은 공모펀드에서 자금이 빠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성과가 저조할 때 자금이 빠지지 않는 것은 운용하는 입장에서 볼 때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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