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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롯데 상장 무산이 남긴 과제

정아람 기자공개 2016-06-15 10:32:34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4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장장 9개월에 걸친 호텔롯데 상장 작업이 결국 자진 철회로 마무리됐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수요예측을 불과 몇 주 남겨두고 경영진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의 신동빈 회장에 대한 공세까지 맞닥뜨려 상장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다.

상장 작업을 주도했던 IB업계도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관사단은 상장이 완료되면 수수료 수입으로 최대 95bp, 5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9개월 간 투입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보상도 받을 길이 없어졌다. 특히 호텔롯데는 이달 한 차례 정정신고서를 내고 공모가격을 낮추는 등 준비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에 회사와 주관사가 법률·회계 자문 명목으로 지출한 비용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작업이 중간에 무산되면 수수료와 투입된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관행은 호텔롯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는 기업이 '갑'이고 IB가 '을'인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나라는 진행률에 따라 그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정도의 안전장치도 없는데다 로드쇼에 들어간 항공료와 숙박료, 발행사의 법률자문 비용까지 주관사에게 떠넘기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오히려 주관사 법률자문 비용까지 발행사가 지급하는 해외 사례와는 정 반대"라고 말했다. 주관계약을 맺을 때 진행률에 상응하는 수수료율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할 만한 IB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주관사단은 상장 철회가 확정된 이후에도 할 일이 남아 있다. 당장 이달 투자설명회를 계획했던 기관들에 연락해 상장 취소를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도 주관사단의 몫이다. 내년 이후 호텔롯데가 상장을 다시 추진할 경우를 대비해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할 필요도 있다. 만에 하나 롯데그룹의 후계구도 싸움이 현재와 판이하게 달라진다거나 호텔롯데 상장이 영영 백지화된다면 이들이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보상을 받을 길은 없어지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롯데그룹 안팎으로 악재가 많아 비용 얘기를 꺼내기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사태가 일단락된 뒤 일정 부분 정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용 정산이 특정 기업의 호의에 달린 것이 아니라 IB들이 제공한 정신적 노동의 대가로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것은 이른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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