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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상장심사 체계 '허점' 드러냈다 [호텔롯데 IPO]패스트 트랙 적용, 질적 심사 요식행위…승인 후 공모·밸류 등 통제 못해

신민규 기자공개 2016-06-14 14:06:00

이 기사는 2016년 06월 13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텔롯데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면서 상장 심사를 초고속으로 승인해준 한국거래소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거래소는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제기된 당시에도 호텔롯데에 패스트 트랙을 적용해 심사승인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심사승인 이후 공모 일정 및 밸류에이션 설정 단계에서도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2월 호텔롯데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접수하면서 패스트 트랙(상장 간소화 절차)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예비심사 기간이 당초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로 단축됐다. 거래소는 지난 1월 상장위원회를 열고 호텔롯데의 예비심사를 최종 승인했다.

당시 호텔롯데 예심청구에 앞서 롯데그룹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형사소송으로까지 번진 상태였지만 거래소는 사전 컨설팅 제도를 통해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냈다. 상장 걸림돌로 지적됐던 의무보호예수 규정 역시 완화해 상장 길을 터줬다.

하지만 거래소가 초고속 심사 승인을 내준 이후 호텔롯데의 경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건들이 줄줄이 터지면서 심사 자체가 단순 요식행위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기업의 계속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 기업공시 및 주주이익 보호에 관한 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다. 심사가 공정성하게 이뤄졌다면 질적 심사 절차에서도 상장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릴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공시 및 주주이익 보호에 관한 사항에서 회계처리 투명성과 최대주주의 거래관계를 따지도록 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심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선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심사인력이 5명 안팎으로 턱없이 부족했던 점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올해의 경우 유난히 유가증권시장 상장 추진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인력 투입을 외면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는 호텔롯데 예비심사 승인 이후에도 심사기관으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호텔롯데는 지난 1월 심사승인을 받은 이후 차일피일 공모일정을 늦췄지만 거래소는 롯데그룹 측의 반응만 기다릴 뿐이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간의 로비 의혹이 반영된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후에도 내달 21일로 상장일을 잠정 협의할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추진 당시부터 경영권 분쟁으로 논란이 많았던 기업에 대해 거래소가 심사단계에서 안일하게 대처한 면이 있다"며 "부족한 심사인력 등 심사체계 전반에 대해 신뢰가 깨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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