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7월 12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 쇼크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3000억 원의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사실상 빅배스(Big Bath)에 나섰지만 부실을 대비하는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3조 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은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상반기 3500억 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잠 정집계됐다. 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 재분류 등으로 1조3000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 적립에 따른 영향이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상반기 충당금 규모가 보통 5000억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빅배스'를 진행한 것"이라며 "당장 충격이 크겠지만 뒤늦게나마 조선·해운업 부실을 털고 가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빅배스는 금융기관이 충당금을 대거 쌓아 한번에 부실을 털어내는 것을 뜻하는 용어다. 올해 1분기에 충당금 3328억 원을 쌓은 농협은행은 2분기에만 9000억~1조 원에 가까운 충당금을 쌓는 것이다. 이는 농협은행의 분기별 충당금 기준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하반기 4000억 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해 연간 기준으로 1조7000억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을 예정이다.
농협은행이 사실상 빅배스를 단행했지만 대손충당금 부담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적립하기로 한 대손충당금 규모가 당초 예측했던 부실을 털어내는데 부족하기 때문이다.
복수의 농협금융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올해 초 농협은행으로부터 빅배스에 필요한 대손충당금 규모를 3조 원 가량으로 보고 받았다. 이를 토대로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 설득과 함께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빅배스를 언급한 것이다.
농협금융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의 지시로 지난해 말부터 빅배스를 준비해 왔고, 3조 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초 빅배스를 준비할 당시에는 STX조선해양 법정관리와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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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이 최근까지 빅배스에 필요한 대손충당금 규모를 밝히지 않았던 것도 조선·해운업 부실에 따른 추가 손실을 추정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단순 계산하더라도 농협은행은 내년에 최소 1조3000억 원 이상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여기에 STX조선 법정관리, 대우조선 여신건전성 재분류 등으로 추가 대손충당금을 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협은행은 내년에도 올해만큼의 대손충당금 적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선 관계자는 "내년에도 1조5000억 원 이상의 빅배스를 한 차례 더 해야 한다"며 "대우조선 등 조선업 부실에 따라 대손충당금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에 1조3801억 원의 여신이 물려 있는 농협은행은 국책은행인 산업·수출입은행에 이은 3대 채권은행이다. 대우조선을 포한한 조선·해운업 여신은 6조 원이 넘는다. 조선·해운업 부실이 확대될수록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NPL커버리지비율)을 국내 주요 시중은행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농협은행은 빅배스를 단행해도 NPL커버리지비율은 90%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시중은행들의 NPL커버리지비율이 120~160%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빅배스를 했다고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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