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8월 03일 10: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빅배스(Big Bath)를 본격화하고 있는 농협은행이 1조 3209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적립하는 와중에도 명칭사용료 지급 규모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매출의 2.5% 수준에 달하는 명칭사용료 지급 부담이 현재 빅배스 작업이 한창인 농협은행에게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온다.3일 농협금융그룹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한 명칭사용료는 1577억 3547만 원이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788억 6774만 원씩의 명칭사용료가 농협중앙회로 빠져나갔다.
농협은행은 빅배스의 일환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1조 3209억 원에 달하는 충당금을 적립했다. 지난해 1년 동안 농협은행이 적립한 충당금전입액(1조 2634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충당금 적립 효과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 직결됐다.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마이너스(-) 2869억 원, 마이너스(-) 3290억 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농협은행이 기록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5269억 원과 3008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과도한 충당금 적립과 이로 인한 실적 하락을 최소화하고자 농협은행은 비용 절감 노력도 동시에 해왔다. 이는 판매관리비 등을 통해 보여진다. 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기록한 판매관리비는 1조 244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3억 원 줄었다. 줄어든 판매관리비는 인력 감축, 인건비 축소의 결과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판매관리비가 줄어든 건 인원이 나간 데 따른 것"이라며 "이에 더해 성과가 안좋다보니 성과급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못한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손익계산서 상 대부분의 영역에서 전년 대비 최소 수백억 원 씩의 조정을 거친 농협은행이 명칭사용료 항목에서만큼은 별다른 조정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명칭사용료로 지출한 1577억 원은 전년 동기 지출금액 1526억 원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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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은 명칭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일정 금액을 농협중앙회에 지불해왔다. 신경분리 이후 2012년부터 매 해 상반기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해온 명칭사용료는 각각 2051억 원, 2118억 원, 1463억 원, 1526억 원, 1577억 원 등이다.
3290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는 와중에도 명칭사용료 규모가 조정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농협금융 관계자는 "정관에 따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경분리 이전에도 신용사업 부문에서 부담해오던 교육지원사업 재원이 신경분리를 거치며 금융지주 내 명칭사용료라는 계정명으로 부과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정관 1조는 '명칭사용료는 매출액(부과율을 정하기 직전 3년의 평균)규모에 따른 …(중략) 부과율에 해당 법인의 매출액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매출액은 '10조원 초과' 구간에 해당한다. 정관 상 농협은행이 농협중앙회에 지불해야 하는 명칭사용료 범위는 1000분의 15 초과에서 1000분의 25 이하다.
머니투데이 더벨이 실제 농협은행의 부과율 추정치를 계산해본 결과 2015년과 2016년 농협은행이 적용받은 명칭사용료 부과율은 직전 3개년도 매출액 평균의 2.613%와 2.66%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금융이 정확한 매출액 자료를 공시하지 않은 탓에 이자수익, 수수료수익, 기타영업수익 등을 일일이 합쳐 계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누락된 매출이 있을 수는 있지만 최소한 정관상 명시된 최대 부과율 2.5%에 근접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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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실적이 나는 상황에서 농협은행에 지나치게 큰 명칭사용료 부담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이 농협은행의 빅배스는 내년에도 비슷한 규모로 이어질 전망이다. 농협금융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올해 하반기 4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한 차례 더 적립할 예정이고, 내년에도 최소 1조 3000억 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명칭사용료는 작년까지의 매출액 기준 및 부과율 기준에 의해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에 중도 변경이 어렵다지만 내년엔 얘기가 다르다. 매 해 명칭사용료 부과율을 정하는 건 농협중앙회 이사회다. 현재 2.5%의 최대 부과율을 꽉 채우고 있는 명칭사용료를 내년에 조금이라도 줄여준다면 인력 감축까지 단행하면서 빅배스를 진행하는 농협은행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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