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09월 22일 10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가 23일 하루 1차 파업에 돌입한다. 고연봉을 수령하는 은행과 금융회사 직원들이 갑자기 왜 파업을 하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파업의 이유는 다름아닌 '성과연봉제' 때문이다.성과연봉제, 이미 우리나라의 대세로 자리잡은 임금체계다. 다수의 직장인은 대부분 성과연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다. 저성과자로 낙인찍혀 증권회사를 떠나야 했고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회계법인에 입사했다가 파트너급 회계사가 된 뒤부터 '성과'를 더 내야하는 스트레스 등이 다반사다. 많은 국민이 성과주의 체계 속에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성과연봉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금융노조 소속 조합원이 이질적이고 이기적으로 비춰져 관심권에서 아예 내밀어버렸으나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
능력에 따라, 그리고 성과에 따라 공평하게 임금을 지급하는게 성과연봉제다. 맞는 말이고 도입에 찬성한다. 금융노조도 이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려 의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기준'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설득력이 없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내 공공기관인 모 금융회사의 사례를 보자. 올해 9월 기준 이미 연초 설정한 수익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 삼성전자처럼 PS(초과이익분배금) 제도는 언간생심이다. 연말상여금의 실링(최고한도)은 공공기관 규제에 묶여 무조건 300%를 적용받는다. 새로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이 마저도 차별적으로 적용받게 된다. 일부 직원은 지금의 실링을, 일부 직원은 낮아진 실링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한 부서 내에서도 고성과자와 저성과자의 등급을 나누어 상대평가를 받는다. 식사 자리에서 만난 이 회사 임원은 "어떤 잣대로 평가를 해야 하는지 그 기준이 모호한데 다수의 직원은 본인의 성과등급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바꾸어 나가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실적을 초과달성하더라도 초과달성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고 일부 직원의 연봉을 낮추는 영향만 있다"고 덧붙인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금융회사 영업부 직원의 경우 월 100만~200만원 정도의 최소한의 기본급만 지급받고 나머지는 일정 기준의 성과를 달성해야 성과급을 지급받을 수 있는 구조다. 직무 수행 능력을 실적 수치에 따라 등급화해 평가하고 성과급을 책정한다. 특정 성과방식을 단기간 내 획일적으로 도입할 것을 권고하는게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 감독당국의 도입 압박을 받고 있는 모 은행의 간부는 "은행의 수익은 협업을 통해 대부분 나온다. 협업이 근간이다. 성과연봉제 기준으로 보면 잘 협업하는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한마디로 일 잘하는 직원에게 더 나은 보수를 지급한다는 게 성과연봉제인데 일 잘하는 직원을 뽑는 기준이 경직돼 있고 일부 모호하기도 해 여러 불공평한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지금 도입이 강요되고 있는 성과연봉제라는 의미다.
과유불급이다. 지나친 성과연봉제가 자칫 성과연봉제의 가장 큰 장점인 '효율'을 오히려 해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많은 해외 공공기관은 대부분 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오히려 방향을 틀고 있다. 금융노조는 "헌법과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노사간 정상적인 대화와 절차의 복원이 파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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