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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5위 제일약품, 화이자 빼면 속빈강정 [제약업 리포트]자체 처방약 업계 17위 전락…화이자 상품 박리다매 구조 여전

이석준 기자공개 2016-10-04 07:20:00

이 기사는 2016년 09월 29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업계 5위 언저리의 최상위 제약사다. 하지만 한국화이자제약 처방약을 제외하면 덩치는 15위 근처로 왜소해진다. 매출에서 화이자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소리인데 '제일약품은 화이자를 빼면 시체'라는 말도 여기서 나온다.

올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반기 매출액은 3144억 원으로 개별 기준 업계 6위에 해당되지만 주력인 화이자 제품 등을 제외한 제일약품 순수 처방약 규모는 17위에 불과하다. EDI 심평원 데이터(가정 정확한 처방액 자료)를 보면 제일약품 전문의약품 총액은 768억 원이다. 11위 삼진제약(959억 원), 13위 한림제약(899억 원), 15위 신풍제약(825억 원), 16위 대원제약(800억 원) 등 연간 매출액 2000억 원 안팎의 중위권 제약사보다도 처방액 규모가 작다.

제일약품 리딩품목은 상반기 41억 원의 처방액을 기록한 스티렌 복제약 넥실렌정이다. 바꿔말하면 올해 매출액 6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보이는 회사가 연간 100억 원이 넘는 자체 품목이 없다는 소리다. 넥실렌정은 지난해 146억 원의 처방액을 올렸지만 올해는 반토막이 날 지경이다. 넥실렌정 고용량 넥실렌에스정이 25억 원을 기록한 것이 그마나 위안거리다.

제일약품은 영업인력의 절반 가량을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 도입 품목 판촉에 투입한다. 자체 품목 영업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제일약품의 대표 화이자 코프로모션 제품인 고지혈증약 리피토는 상반기 무려 695억 원(10mg 419억 원, 20mg 194억 원, 40mg 82억 원) 어치가 팔렸다. 특허만료의약품의 호성적은 이례적인데 약 자체가 좋은 점도 있지만 제일약품의 전사적인 영업력 투입이 한 몫 했다는 평가다.

제일약품
<자료: 국회, 심평원, EDI 데이터>

최근에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역시 화이자 제품 판촉 강화 전략도 포함됐다. 지난 8월 제일약품은 단일 조직이던 제품사업부를 △항암제사업부 △SP사업부(코프로모션사업부) △개인병원사업부 △종합병원사업부로 나누고 기존 본부장에서 부문장 중심으로 조직체계를 바꿨다.

주목할 부분은 SP사업부다. 제일약품 매출의 68.43%는 화이자제약, 다케다제약 등에서 도입하는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발생한다. 이중 리피토, 리리카, 쎄레브렉스, 뉴론틴, 카듀엣 등 화이자제약 제품 비중이 43.88%에 이른다. 사실상 SP 사업부는 화이자를 위한 행보라고 볼 수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화이자 의존도는 수익성에 문제를 준다. 지난해 제일약품 영업이익률은 2.2%로 업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1.36%로 더 나빠졌다.

향후 판권회수 등의 변수에도 속수무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제일약품 파트너 화이자는 글로벌에서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변화를 준비중이다. M&A(인수합병)에 적극적이며 분사 계획을 내놨다가 최근 철회하는 등 변화가 많다. 본사 정책과 한국화이자제약도 연동된다는 점에서 제일약품도 판권회수 등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다. 화이자가 변심하면 제일약품은 단숨에 업계 중위권 제약사로 전락할 수 있다.

업계 일각은 상품 판매로 박리다매를 고수하고 R&D에 투자하지 않는 보수경영의 전형이라고 표현한다.

새로운 작용기전의 뇌졸중 치료 신약물질(JPI-289)이 지난해말 임상 2a(전기)상에 진입했지만 여전히 R&D 비용은 매출액의 3%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발 역시 녹록치 않다. 전문가들은 뇌졸중 발생 경로가 복잡한데다 신약후보물질이 나와도 부작용이 크다는 점을 뇌졸중 신약 개발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다. 11월 1일 일반약 사업부를 떼어내는 변화를 줬지만 큰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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