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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아준다고 그린피가 과연 싸질까 [Kevin Park의 골프산업 스토리]

박경호 대표공개 2016-10-06 08:52:31

이 기사는 2016년 10월 04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금 깎아 주면 골프장 그린피가 내려갈까?

지난 9월 7일, 새누리당 강효상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골프장 개별소비세 폐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세리 감독의 회견 참석으로 그림이 좋다고 판단했는지, 다수 매체가 관심을 보이며 일제히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기사로 보도된 내용은 대충 이렇다. "개별소비세 폐지를 통해 부당하게 덧씌워진 ‘귀족 스포츠'라는 오명을 없애자." "골프장 내장객이 3300만명을 넘어섰다." "개별소비세는 골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고 골프 대중화와 골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 "개정안으로 그린피가 적정수준으로 떨어지면 자기 돈 내고 골프 하는 개인 수요가 기존 접대골프 수요를 메울 것이다."

몇 가지 생각들이 머리 속을 지나갔다.

골프장에는 회원제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이 있다. 대중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는 2000년에 이미 폐지됐다. 그러니 위의 주장은 회원제골프장의 개별소비세를 폐지하자는 의미다. 회원제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의 이용객 비율은 50 대 50이다. 어차피 내장객의 절반은 이미 개별소비세를 내고 있지 않다. 그러니 위의 주장은 나머지 절반, 즉 회원제 골프장을 이용하는 내장객들의 세금도 폐지하자는 의미다.

세금은 내장객이 낸다. 내장객들은 세금 내기 싫으면 대중제 골프장으로 가면 된다. 회원제 골프장이 세금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린피를 받을 때, 정부를 대신해서 세금을 받아 전달하는 업무를 한다. 회원제골프장들이 그 일도 하기 싫다면 대중제로 전환하면 된다.

세금 조금 더 내고 ‘귀족'인양 대우받으면 어떤가. 여유가 있어서 좋은 골프장 이용하시는 분들이 낸 세금이 공익을 위한 일에 쓰일 수 있다면 이 또한 나름 의미 있는 일 아닌가. 그것도 싫은 골프 애호가라면 대중제를 이용하면 되고, 회원제 사업체라면 대중제로 전환하면 된다.

"골프 내장객이 3300만 명을 넘었다. 골프 대중화와 골프산업 발전의 저해요소다." 2000년 이후, 현재의 체제하에서도 연평균 12% 이상의 내장객 증가를 이뤄 왔다. 그러니 이 말은 개별소비세가 없었더라면 더 빠르게 골프 인구와 내장객이 늘어났을 것이고, 골프 산업이 더 빠르게 발전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좋다. 그렇다 치자.

세금을 깎아 주는 것은 그 만큼 정부가 다른 노력을 한다는 뜻이다. 다른 곳에 세금을 더 부과하거나, 내부적으로 그만큼 비용 절감을 하거나, 효과가 적은 공공서비스를 줄이기 위해 정치적 설득 노력을 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것은 정부의 노력이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한가지 묻고 싶다. 회원제 골프장들은 세금 깎아달라는 요구 외에 골프 대중화와 골프산업 발전을 위해서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그린피가 적정 수준으로 떨어지면 개인 수요가 늘어나 기존 접대골프 수요를 메울 것이다?" 과연 그럴까? 세금을 깎으면 분명 가격 내릴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시장 수요다. 세금과 상관없이 더 비싼 그린피를 내더라도 골프를 치겠다는 대기 수요가 충분하다면 굳이 세금이 사라졌다고 그린피를 내릴 이유가 없다.

청라베어즈베스트. 개별소비세를 내지 않는 대중제 골프장이지만 그린피는 여느 회원제골프장보다 비싸다. 그 가격에도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분당 레이크사이드. 총 54홀 중, 회원제가 18홀, 대중제가 36홀이다. 이 골프장의 회원제와 대중제 비회원 그린피는 동일하다. 대중제를 이용하니 세금을 빼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은 없다. 세금을 깎는다고 가격이 반드시 내려가는 것은 아니란 이야기다.

또 하나 더. 회원제 골프장들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고 난리다. 그런데 세금을 폐지하면, 그 만큼 가격을 내리는 것이 합리적일까, 아니면 매출로 전환해서 영업이익 개선에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적자 골프장의 경영자가 가격을 내리는 모습을 골프장 소유자인 회장님은 과연 지켜보고 있겠는가.

제주도가 도내 회원제골프장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었다. 2015년 말 그 기간이 종료될 예정이라 정부에서 효과분석을 위한 연구 용역을 주었더니 가격 인하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개별소비세를 복원한다고 발표했다가 복잡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올해부터 75% 면제로 조정한 사례가 있다. 불과 10개월 전 일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첫 번째 사명은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 중에는 기간이 만료하면 회원권 예탁금을 반환하는 것도 포함된다. 18홀 회원제골프장의 평균자기자본은 50억 원이다. 회원예탁금은 600억 원이다. 부채비율 1200%다. 경영을 부실하게 해서 금융권으로부터 차입이라도 했다면, 부채비율은 2000%가 예사로 넘는다.

골프장 산업이 활황이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대접 받을 때, 부채비율 줄이지 않고 뭘 했는지 궁금하다. 만기가 도래한 예탁금을 상환하고는 있는지, 자기자본금 확충은 해가고 있는지, 골프장 시설을 회원들에게 담보로 제공하고는 있는지, 회원 예탁금 지급용으로 별도의 지급준비금은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한 대목이 한 둘이 아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개별소비세를 폐지한다고 위기에 빠진 회원제 골프장이 살아나지 않는다. 국내 골프장 산업을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안이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첫째, 회원제 골프장들의 회원 보호 조치를 더 강화토록 강제해야 한다.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다음 세가지 요건 중 한가지 이상을 반드시 갖추게 해야 한다. △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춘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이 원하면, 예탁금을 자본금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 골프장 시설자산의 100%를 회원예탁금 반환을 위한 담보로 제공한다. △ 회원예탁금 총액의 20%를 예금보험공사에 지불준비금으로 납입한다.

위 요건을 갖추지 못하는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서는 이행 강제금을 매년 30억 원씩 부과해 예금보험공사에 납입시킨다. 따라오지 못하는 회원제골프장들에 대하여 법정관리가 개시될 경우, 기존의 경영진은 관리인에서 배제한다.

둘째, 위와 같은 회원보호조치가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조성된 대중골프장도 민간에 매각하고 매각대금은 지불준비금으로 전환한다. 체육진흥기금으로 조성한 대중골프장도 매각하여 지불준비금으로 전환한다.

셋째, 위와 같은 회원보호조치가 작동한다는 전제 하에, 정부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한다.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회원제골프장의 재산세 중과세도 완화할 수 있다. 골프장산업이 감당해야 하는 적정수준의 세부담 수준을 결정한 후, 대중제 골프장이 일부 부담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넷째, 대중제 골프장도 다양한 이용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 그래서 대중제 골프장에 마케팅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

다섯째, 정부는 그 동안 조성된 체육진흥기금을 바탕으로 초등학생들과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골프활동을 보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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