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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각종 행사 사라진 이유는 영화인 '보이콧' + 김영란법 여파...제작·투자자들 "갈 곳이 없다"

김나영 기자공개 2016-10-11 08:34:10

이 기사는 2016년 10월 10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앞다퉈 열리던 'OO의 밤'이 대거 축소되면서 영화계의 우려가 더해가고 있다. 영화제를 기대하고 모여든 국내외 제작·투자자들이 따로 갈 곳이 없어 분위기가 더욱 침체됐다는 평도 나온다.

10일 영화제 조직위 등에 따르면 겉으로 보기에는 참여 국가나 작품 상영 편수에서 예년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올해는 69개국 301편, 지난해는 75개국 304편이다. 그러나 10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했던 '부산행'이나, 뒤이어 700만의 관객을 동원한 '터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주요 감독 및 배우들도 소속 단체 또는 개별 의사에 따라 불참하면서 '반쪽짜리 영화제'라는 오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영화제 밤행사를 기획했던 기업과 단체들은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판단 하에 행사를 대거 축소하거나 취소하게 된 형국이다.

◇ 초대장 소지해야 입장 가능...식사·주류·선물 제공 논란

제작사, 배급사, 투자사를 가리지 않고 영화제 밤행사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인사들은 영화제를 둘러싼 부산시와 영화인들의 갈등이 아직 봉합되지 않은 탓이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보다 골이 깊어진 대립에 영화제의 분위기는 한층 싸늘하다.

현재 범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에 소속된 9개 단체 중 4곳은 여전히 보이콧을 유지하고 있다. 정작 영화제의 주인공인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를 거부하면서 지난해보다 심각해진 상황을 연출했다. 영화제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공산이다.

일각에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맞물린 탓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각 기업의 밤행사는 초대장을 소지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식사와 주류, 선물 등이 제공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몇몇 기업은 김영란법과 관계없이 영화제 밤행사를 하지 않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 그러나 막판에 취소한 일부 기업들의 경우 분명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급기야는 며칠 전 태풍까지 부산 일대를 휩쓸고 가면서 야외에서 열리는 자체 모임도 갈 곳을 잃었다.

◇ 바이어·셀러 교류의 장 대거 축소...국내외 투자자 '난감'

사실 이번 영화제는 불과 3~4개월 전인 지난 6~7월까지만 해도 개최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컸다. 20여 년을 이어온 축제가 불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이해관계자들의 필요에 따라 급하게 열린 영화제인 만큼 부족한 점은 여기저기서 드러난다. 때문에 참석한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행사 축소와 취소에 따른 불만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와서 이야기도 하고 거기에서 새 바이어들도 만나는 등 교류의 장이 필요한데 공식행사들이 일제히 줄어들면서 갈 곳이 없다"면서 "예년에 비해 서울에서 늦게 내려가고 일찍 올라가게 됐는데 해외 투자자들은 더욱 난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제 밤행사는 1~2년 전만 해도 하룻밤에 수개씩 열려 어디를 참석해야 할지 몰랐을 정도"라며 "올해는 영화인들의 보이콧 지속에 공식적으로 참석할 곳이 없어 고민인데다 비공식 역시 김영란법의 여파로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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