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선의 꽃놀이패 '샘표 자기주식' 샘표 자사주 30%도 분할..오너家, 지주사 전환 효과 배가
박창현 기자공개 2016-11-24 08:23:39
이 기사는 2016년 11월 22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샘표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으면서 수 백억 원을 들여 확보한 자기주식 활용법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주사인 '샘표'가 30%가 넘는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덕택에 오너 3세인 박진선 사장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자사주라는 완벽한 지배력 강화 안전장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샘표그룹은 올해 초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했다. 핵심 계열사인 '샘표식품'을 투자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분할한 뒤, 샘표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올 2월 기업분할 안건이 이사회에서 통과되자 관련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7월 기업 분할이 완료됐고, 8월 샘표와 샘표식품은 개별 기업으로 각각 주식 시장에 다시 상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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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그룹은 이제 지주사 전환을 위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주사 샘표는 현재 지주사 요건 중 '총자산 중 자회사 지분가액 비율 50% 이상' 항목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샘표가 이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핵심 자회사인 '샘표식품'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실제 샘표그룹 역시 일정 시점에 주식 매매와 공개매수, 현물출자, 주식의 표괄적 교환 등의 방법을 통해 샘표식품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오너 3세인 박진선 사장은 지주사 샘표 지분 16.4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향후 보유 중인 샘표식품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주사 주식을 받아 그룹 전체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샘표가 보유하고 있는 자기주식 30.5%는 박진선 사장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만능키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자체가 지배력 강화 안전판 기능을 하기 때문에 샘표와 샘표식품 주가 추이에 따라 탄력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샘표그룹이 자기주식을 취득한 배경에는 '적대적 M&A'가 있었다. 샘표는 2006년 주요 주주로 참여한 사모펀드 '마르스 1호'와 경영권을 두고 수 년간 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2012년 경영권 분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주식 120만 주를 사들인다. 같은 해 추가로 장내에서 15만 주를 취득하면서 자사주 비중이 30.38%까지 늘었다. 자사주 취득에 들어간 비용만 300억 원이 넘었다.
샘표가 올해 지주사 전환에 나서면서 30%가 넘는 자사주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샘표식품이 사업회사 샘표와 지주사 샘표식품으로 분할되면서 자기주식 또한 샘표와 샘표식품 지분으로 나눠졌다. 샘표 자사주는 분할 당시 취득한 단수주 때문에 전체 지분율이 30.5%로 소폭 올랐다. 샘표식품 자사주 비중은 그대로 30.38%가 유지됐다.
이후 지주사 샘표는 자사주는 물론 샘표식품 자사주까지 자기 자산으로 편입한다. 그 결과 샘표그룹은 '박진선 사장→샘표→샘표식품'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된다.
박진선 사장 입장에서 샘표 자사주는 그룹 지배력 강화의 원천이 되고 있다. 샘표가 자기주식을 30% 넘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력이 높아지게 됐다. 박 사장의 표면적인 지분율은 16.4%에 불과하지만, 의결권 주식을 기준으로 한 실질 지분율은 23.6%까지 올라간다. 샘표식품 자기주식의 경우, 지주사 자산으로 곧바로 편입되면서 큰 비용없이 지주사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됐다.
마지막 지주사 전환 절차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기주식은 이제 박진선 사장의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이 된다. 자사주 덕택에 이미 오너 일가는 안정적인 수준으로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게 됐고, 여기에 자회사 지분 확보 요건까지 갖추게 되면서 각종 변수를 고려해 최적의 선택지를 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당장 샘표와 샘표식품 지분 맞교환 절차 때도 선택지가 많다. 박진선 사장은 보유 중인 사업회사(샘표식품) 지분 16%를 지주사(샘표) 지분과 맞바꿀 공산이 크다. 따라서 샘표식품 주가는 높고, 샘표 주가는 낮게 형성됐을 때 오너 일가에 유리하다. 샘표식품 주식 1주로 확보할 수 있는 샘표 주식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약 주가 추이가 반대로 움직일 경우, 박진선 사장은 최소한의 지분만 맞교환하면 된다. 이후 샘표식품 주가가 많이 오르면 그 때가서 지분을 현금화해 샘표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샘표가 자사주를 확보하고 있는 덕분해 박진선 사장 등 오너일가가 지주사 전환 후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이 줄었다 "며 "시간적 여유를 갖고 주가 등을 고려해 최적의 시점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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