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6년 11월 2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업은 종종 자기주식을 취득한다. 일반적으로 주가 부양 목적이 크다. 자사주를 매입해서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들어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높아질 수 있다. 경영권 방어에 활용되기도 한다. 취득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기존 대주주들의 실질 지배력이 커진다.샘표식품은 자사주와 관련해 극적인 경험을 한 기업이다. 전체 발행 주식의 3분의 1 가량이 자기주식이다. 지분율로 따지면 30.4%에 달한다. 4년 전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모았던 주식이 그대로 남아있다. 샘표식품이 자기주식을 사들이는데 들인 비용만 300억 원이 넘는다.
이런 삼표식품이 올해 들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선포했다. 샘표식품을 투자회사 샘표와 사업회사 샘표식품으로 인적분할한 후, 샘표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 과정에서 적대적 M&A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던 자사주는 만능키로 변신했다.
샘표식품 자사주는 분할 과정을 거치면서 지주사(샘표)와 사업회사(샘표식품) 자사주로 나뉜다. 해당 지분은 모두 지주사인 샘표 자산으로 편입됐다. 그 결과 샘표는 자연스럽게 샘표식품 지분 30%를 가진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의결권이 없던 자기주식에 의결권이 부여되는 마법이 일어난 셈이다.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회사 자금으로 사들인 자기주식으로 전체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자사주가 기본 취지와 달리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 도구로만 활용되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실제 야당을 중심으로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거나 과세하는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공교롭게 샘표그룹은 자사주 마법 혹은 꼼수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주식 비중이 30%가 넘으면서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이 샘표 말고 또 있을까.
박진선 사장 등 오너 일가는 자사주를 발판 삼아 지주사 전환에 성공하면 그룹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계 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을 깔아두기에도 좋다. 반면 일반 주주는 오너 일가만큼 직접적인 혜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주사 전환 후 그룹의 미래 비전과 주가 상승 모멘텀을 일반 주주들에게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샘표는 말그대로 자사주 꼼수를 쓴 대표기업으로 낙인 찍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물론 샘표그룹측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친절함이 답이다. 주식 소각과 고배당 등 주주 친화 정책 또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논란을 잠재우는 것도 결국 샘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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