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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강한기업]시몬스, '홀로서기' 성공한 에이스家 둘째장남 '에이스침대'와 시장 양분, 美 시몬스와 별도로 운영

권일운 기자공개 2017-02-13 08:56:06

[편집자주]

알려진 수많은 국내 강소기업, 그중에서도 '더' 강한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더 강한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장 스토리, 재무구조, 지배구조를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성공'을 꿈꾸는 수 많은 중소·중견기업에 귀감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다. '더 강한기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과 그들의 극복 노하우도 함께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17년 01월 31일 09: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85-1-시몬스 안정호 대표
대한민국 침대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는 실은 뿌리가 같다. 에이스침대 창업자 안유수 회장이 미국 시몬스의 상표와 기술을 이전받아 국내에 설립한 시몬스침대가 시몬스의 모태다. 2000년대 들어 안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대표가 에이스침대를, 차남인 안정호 대표(사진)가 시몬스를 각각 물려받으면서 현재와 같은 시장 구도가 형성됐다.

태동은 한 곳에서 이뤄졌을지 몰라도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는 엄연한 경쟁 관계다. 나름의 기술력과 브랜드 경쟁력을 토대로 고가 침대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지키기 위해 피튀기는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시몬스는 에이스침대에 비해 한참 모자란 업력을 갖고 있지만, 실적 측면에서는 엎치락 뒤치락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안성호 대표를 더욱 강해지게 한 '금수저' 낙인

안유수 회장은 일찌감치 '장남 에이스-차남 시몬스' 구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사세나 인지도 측면에서 앞선 에이스침대를 장남에게 물려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에이스침대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이자, 성장 여력이 더 많은 시몬스는 차남의 몫이 됐다. 에이스침대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상태에서 승계가 이뤄져 안유수 회장-안성호 대표 외의 주주가 존재하지만, 비상장 기업인 시몬스의 지분은 100% 안정호 대표가 보유하고 있다.

안정호 대표에게 부친의 존재는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국내 침대 산업을 일으킨 주역이 아버지라는 점은 가구 업계 최고의 금수저임을 나타내는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부친의 존재감은 부담이자 넘어야 할 산이기도 했다.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되돌아올 유·무형의 반작용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해서다. 안정호 대표가 '좋은 침대'에 병적으로 집착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71년생인 안정호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시몬스에 합류했다. 대표이사 자리에는 한참 뒤인 2005년에야 취임했다. 안정호 대표에게 이 시간은 최고의 침대를 만들기 위한 수련의 시간이었다. 당시부터 경기도 이천 공장에 근무해 온 직원들 상당수는 아직도 공장 곳곳을 누비던 안정호 대표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한동안은 안유수 회장의 영향력이 시몬스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했다. 지분 자체는 안정호 대표 소유였지만, 자금 융통을 위한 신용은 안 회장이 공여해 왔다. 하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안 회장과 시몬스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사라졌다. 안 회장이 시몬스를 위해 제공한 담보 45억 원을 회수해 가면서다.

◇장남 에이스-차남 시몬스 구도, 피할 수 없는 특수관계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는 여전히 특수관계로 엮여 있어 사실상 하나의 기업 집단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다. 일단 안유수 회장이 에이스침대의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고, 안성호-안정호 대표가 형제관계라는 점에서 특수관계 자체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몬스와 에이스침대는 별도의 법인 체제를 유지한지 20년이 넘었다. 안유수 회장과 안성호 대표는 시몬스와 시몬스 관련 법인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안정호 대표 역시 에이스침대 및 관련 법인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회사간 지분 관계도 없다.

한때 유럽 가구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 시몬스와 에이스침대가 힘을 합친 적은 있다. 2005년 당시 5대 5 비율로 출자해해 설립한 자나(Zana)라는 이름의 합작사 이야기다. 그마저도 지금은 청산 단계다. 자나는 한국에서 생산한 침대 프레임에 현지에서 조달한 매트리스를 결합한 제품을 판매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도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두 회사 간 거래가 전혀 없지는 않다. 시몬스는 2015년 기준 에이스침대 등 특수관계 법인들로부터 20억 원 규모의 매입 거래를 일으켰다.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시몬스의 매출액에 비추어볼 때 많다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는 그나마도 매입 거래에 국한돼 있고, 매출 거래는 없었다(판매법인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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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몬스와는 별개

일각에서는 시몬스를 1870년 설립된 미국 침대회사 시몬스의 한국 지사 격으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오해다. 미국 시몬스와 한국 시몬스는 지분 관계가 전혀 없는 별개의 회사다. 시몬스는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이 한국인들의 체형과 생활 습관에 맞게 완전 독자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시몬스는 일찌감치 국내 고객들의 눈높이가 전 세계적인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다는 점을 깨달했다. 그래서 독자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력을 축적했고, 마케팅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시몬스의 이같은 노력은 법원 판결을 통해서도 공인(?)받은 적이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병행수입 관련 소송에서 시몬스가 △독자적으로 10여 개의 특허와 실용신안을 등록받은 점 △1994년 이후 자체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투입해 명성과 신용을 확보했다는 점을 판결문에 명시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 판매되는 시몬스 제품과 국내에서 생산한 시몬스 제품은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140년 전통'으로 대변되는 시몬스 상표를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아예 통째로 매입해버렸다. 대신 미국 시몬스에 극히 일부의 기술에 대한 사용료를 내고 있다. 1994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특정 제품 매출액의 0.25~1%를 기술료 명목으로 지불하게끔 돼 있어서다. 해당 계약은 20년 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자동 갱신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매년 지출하는 기술료는 10억 원 미만으로 금액 자체는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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