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뺏긴 보험업권…경쟁력 떨어지는 DC형 [퇴직연금시장 분석 / 보험업권] ⑤DB형 주도권 상실
최필우 기자공개 2017-02-08 08:46:30
이 기사는 2017년 02월 03일 17시0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시장 내 영향력 축소는 지난해에도 이어졌다. 퇴직연금 제도 도입 초창기 퇴직보험 경험을 내세우며 확정급여형(DB) 시장의 주도권을 잡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은행업권에 선두 자리를 내줘야 했다.더욱이 보험업권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확정기여형(DC)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상품 경쟁력이나 컨설팅 역량 등이 은행이나 증권 사업자 대비 뒤처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보험업권 약세를 반영하듯 업계 적립금 규모 1위인 삼성생명의 점유율도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졌다.
◇DB·DC형 증가폭 은행업권에 밀려
3일 머니투데이 더벨이 은행·보험·증권 등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45조 97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말과 비교해 5조 8028억 원 늘어난 금액이다.
제도별로 보면 DB형에서 4조 5810억 원 증가했다. DC형과 IRP형은 각각 1조 289억 원, 1929억 원 증가했다.
보험업권의 DB형 적립금 증가폭은 같은 기간 증권업권(4조 5593억 원)보다 크지만, 은행업권(9조 8900억 원)보다는 4조 원 가량 작았다. 시장 점유율도 31.5%로, 2015년 말(32%)에 비해 0.5%포인트 줄어들었다.
보험업권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 초창기에는 퇴직보험을 주무기로 시장에서 조명 받는 모습이었지만 점차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점유율 33%를 정점으로 찍고 계속 하락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보험업권의 영향력 감소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DB형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것과 연관이 크다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기 전 퇴직보험을 운용했던 보험사들은 이와 유사한 DB형 위주로 영업해 왔다. 그러나 DC형 적립금 증가폭이 은행업권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체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은행업권은 DC형 적립금이 4조 4812억 원 증가했고, 보험업권은 1조 289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 보험업권은 DB형에서도 은행업권에 뒤처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권의 DB형 적립금은 4조 5810억 원 증가해 은행업권(5조 4605억 원) 실적에 미치지 못했다. 점유율 역시 은행업권(42.4%)보다 작은 38.5%를 나타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많은 대기업들이 이미 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상태고, 최근 신규로 가입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DC형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중소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은행업권이 DC형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보험업권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한화·교보 점유율 정체…미래에셋 소폭 증가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사들의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보험업 상위 사업자들의 영업 실적조차 지지부진하다. 특히 보험업권을 포함해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중 적립금 규모 1위인 삼성생명의 존재감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적립금 20조 6265억 원을 기록하며, 퇴직연금 사업자 중 유일하게 20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점유율 감소는 막을 수 없었다. 지난 2014년 말 16.34%였던 점유율은 2015년 말 15%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말에는 14.1%까지 하락했다.
삼성생명의 점유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규모가 커지고 있는 DC 시장을 잡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DB형에서는 삼성생명이 점유율 17.6%로 2위 HMC투자증권(8.5%), 3위 신한은행(7.6%)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DC형에서는 점유율이 6.6%에 그치며 6개 시중 은행(국민·신한·기업·우리·농협·하나)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신규 가입하는 중소기업이 주로 DC형을 선택하고,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가입자들이 DB형에서 DC형으로 전환하면서 DC형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며 "특정 퇴직연금 유형에만 집중할 수는 없지만 DC형 시장을 더 개척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 삼생생명의 뒤를 잇고 있는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적도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의 지난해 말 점유율은 각각 3.6%, 2.5%로 전년도에 비해 0.1%포인트 씩 하락했다. 적립금은 각각 6821억 원, 4679억 원 씩 증가했지만 다른 업권 사업자들의 증가분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미래에셋생명 점유율은 2015년 말 1.7%에서 지난해 말 1.9%로 0.2%포인트 증가했다. 적립금은 5843억 원 증가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다음으로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DB형에서 4875억 원 증가해 전체 증가분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업권은 물론 전체 사업자 중 꼴찌인 한화손해보험은 적립금이 8억 원 감소해 41억 원을 기록했다. 보험업권 상위권에 위치한 한화생명과 달리 적립금 감소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업계에서는 한화손해보험이 퇴직연금 사업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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