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7년 02월 09일 15: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입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과 현대산업개발이 조선소 부지 매각·인수 협상 데드라인을 올 3월까지로 확정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이 시기까지 발전소 부지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사업권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잡은 시점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농협·우리은행 등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현대산업개발과 진행 중인 경남 통영 조선소 부지 매각·인수 협상을 올 3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난해 5월 양측이 이를 목적으로 양해각서(MOU)를 맺은 이후 10개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로는 무려 2년여 만에 거래를 종료하게 되는 셈이다.

성동조선해양 통영 부지. 출처-네이버 지도

성동조선해양 채권단은 2015년 중순 경남 통영 조선소 3야드(27만 5269㎡)를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부지 매각 공개입찰 절차에 참여한 현대산업개발은 1350억 원대 가격을 써내며 경쟁자를 누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3년 통영시 전력공급 사업자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은 이곳에 LNG복합화력발전소를 설립하려고 했다.

양측의 협상은 그러나 곧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발전소 사업권을 따낼 때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가 조선소 부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당시에 30달러선까지 떨어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이 정도 수준의 유가에서 LNG복합화력발전소 운영시 대규모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에 부지 인수가를 800억 원 선까지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5월 양측이 MOU를 맺었지만 상황은 이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본계약 시점과 매각가에 대한 최소한의 협의도 없이 형식적으로만 맺어진 MOU 였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허울뿐인 MOU만 맺어두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채권단은 당시 국책은행의 미흡한 부실기업 처리 대응 능력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되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임기응변식의 MOU를 맺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현대산업개발도 시간 여유가 무기한 남아있지는 않았다. 정부는 발전소 착공 전 환경평가, 공사 및 시험가동 등 기간을 고려해 지난해 12월 말까지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현대산업개발의 통영시 전력공급 발전소 건립 사업권을 박탈하기로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과 협상이 진행 중이란 점을 들어 지난해 이에 대한 연장을 신청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올 3월까지 시간을 벌었다.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해 5월 MOU 후 중단됐던 현대산업개발과 협상을 이번 주 재개할 계획이다. 현대산업개발이 만약 이번에도 미온적인 협상 태도를 보이면서 MOU 해지까지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주 이뤄질 양측의 협상은 결국 MOU가 해지되느냐, 아니면 합리적 수준까지 서로 양보해 본계약을 맺게 될 것이냐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12월까지로 데드라인이 잡혀 있던 부지 마련 계획안 제출 기간을 연장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해 받아들여졌다"며 "오는 3월까지 발전소 건립 부지를 마련하지 못하면 사업권이 박탈된다"고 밝혔다. 이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상대 측에 명확히 전달했고, 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로 과거 협상을 하던 시기보다는 오른 상태여서 현대산업개발도 예전처럼 '나 몰라라' 식으로 협상에 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