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20대 담는 메머드급 펀드 탄생 [국내 최대 항공기펀드 출범]①국민연금 투자철회 등 난관 딛고 랜드마크 딜 성사
김창경 기자공개 2017-02-23 09:29:15
[편집자주]
2016년 말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기펀드가 탄생했다. GE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 20대를 매입하는 건으로 자금모집 규모만 1조 1000억 원에 달했다. 국내 기관이 에쿼티 부분에 대거 참여한 첫 번째 항공기 포트폴리오 투자로 기록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즈호증권이 거래를 주도했다.
이 기사는 2017년 02월 14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항공기펀드 자금조달이 완료되는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즈호증권이 2016년 초 항공기 매도자 GE캐피탈과 논의를 시작하고 거래가 마무리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주요 투자자였던 국민연금이 투자를 철회하는 등 거래가 두 번이나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이전삼기(二顚三起)의 노력 끝에 거래를 성사시켰다.거래의 시작은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이었다. 두 곳은 과거에도 함께 항공기 투자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경험이 있었다. 국제특송업체 DHL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화물기를 매입한 거래가 대표적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항공기금융은 대형 항공사를 임차인으로 둔 한두대 항공기를 매입하는 수준이었다. 이미 해외에서는 수십 대의 항공기를 묶어 매입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활성화된 시기였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항공기금융에서 앞서있는 미즈호증권을 자금모집 파트너로 끌어들이며 포트폴리오 투자를 시도하기로 의기투합했다. 세 금융사는 작년 초 항공기 리스사 지카스(Gecas)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E캐피탈에 접촉해 항공기 20대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1조 1000억 원 규모(에쿼티 2900억 원·대출 8200억 원)의 펀드가 필요했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에쿼티를, 미즈호증권은 대출을 담당하기로 했다.
관건은 에쿼티였다. 지금껏 국내에서 만들어진 항공기펀드 중에 에쿼티 규모가 2900억 원에 이른 사례는 없었다. 다행히 GE캐피탈의 에쿼티 투자분(260억 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에쿼티 2640억 원 전량을 국민연금에서 투자하기로 했다. 사실 국내에서 이정도 규모의 에쿼티를 홀로 짊어질 수 있는 기관은 국민연금 뿐이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연금 조직 내부 사정 등으로 투자를 재검토했고 결국 같은 해 8월 투자의사를 철회했다. 미즈호증권이 모았던 대출 투자자도 국민연금이 빠지자 불만을 토로했다. 거래가 무산될 첫 번째 위기였다.
이후 대우증권과 한국신탁운용은 국민연금이 인수하기로 했던 에쿼티를 우선주와 보통주로 나눠 수익률, 상환 순위 등에 변화를 줬다. 국민연금을 대신할 다수의 투자자를 모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마케팅을 할 시간이 부족했다. GE캐피탈은 2016년 안에 거래가 완료되길 원했다. 이때 메리츠종금증권이 도움을 줬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우선 메리츠종금증권과 대우증권이 각각 우선주와 보통주를 총액인수하기로 했다.
거래가 살아나는 듯했지만 이번엔 대우증권이 문제였다.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에 인수되는 등 환경적인 변화를 겪으며 작년 10월 거래에서 빠지게 됐고 보통주 총액인수 또한 불가능하게 됐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2개월. 사실상 거래가 무산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 불씨는 메리츠종금증권이 지폈다. 대우증권을 떠나보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절박한 마음으로 메리츠종금증권에 보통주도 총액인수 해주길 요청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부담되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작년 12월 투자승인이 떨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맞춰 미즈호증권도 대출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미국 지역에 모두 판매했다. 거래가 극적으로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1년 동안 힘겨웠던 노력은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즈호증권이 함께 만들어낸 이번 거래는 영국 항공기 금융 전문 매체 '에어라인 이코노믹스(Airline Economics)'가 주체하는 2016년 시상식에서 'Deal of the Year'로 선정됐다. 에쿼티의 종류를 나눴다는 점, 미국법에 맞춰 발행된 최초의 아시아 항공기금융 관련 ABS라는 점 등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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