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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지주사 백지화]'자사주 포기' 삼성전자, 분할 소각 왜?생명·화재 지분가치 상승 부담…물산, 주식 인수 포석 관측

길진홍 기자공개 2017-05-08 08:19:02

이 기사는 2017년 05월 0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사주 소각을 결의한 삼성전자는 왜 '분할 소각' 카드를 꺼냈을까.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계열사 지분율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 상승 시점을 늦춰, 삼성물산으로 지분 이전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최근 보유 중인 자기주식(보통주 1798만 1686주·우선주 322만 9693주)을 2회에 걸쳐 분할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전체 자기주식의 50%를 소각했으며, 잔여 지분은 2018년 처리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완전 소각하면 주주 구성이 달라진다. 보통주 기준 약 1798만주가 전량 소각될 경우 오너일가와 삼성이 보유한 지분은 18.56%에서 21.34%로 변경된다. 약 12.78%의 자사주가 소멸되면서 10%P가량 그룹 지분율이 감소하게 됐다.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지분율 변동

관심의 초점은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일시에 전량 소각하지 않고, 절반을 뒤로 미룬 배경으로 쏠린다. 삼성전자는 남은 자사주를 내년에 소각키로 했으며, 별도 시점을 지정하지 않았다.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재무적 충격이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시점을 굳이 늦출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자사주 소각에 이처럼 시차를 둔 이유는 그룹 지배구조 정비 차원에서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해소 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관측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7.61%와 1.33%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 소각 후 지분율은 발행주식 감소로 각각 8.73%와 1.53%로 늘어난다. 시가로 환산하면 대략 4조 원가량 총액이 늘어난다.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의 절반을 소각했으므로 2조 원가량 시가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 상승은 지주사 전환 중단으로 지배구조를 새롭게 재편해야 하는 삼성에 큰 부담이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우회적인 지배력을 강화하고, 금산분리 이슈에 대응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소유의 삼성전자 지분 해소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입법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자산 한도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당장 삼성생명은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해소해야 한다. 법 개정이 무산될 수도 있으나 언제든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

대안으로는 그룹 지주사 기능을 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삼성물산으로 금융계열사 지분을 몰아줘,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보험업법 규제 등을 피해갈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 지분 가치가 오를 경우 삼성물산의 재무적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인한 지분 가치 상승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 바꾸어 생각하면 삼성전자의 자사주 분할 소각은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자사주 전량 소각 시점을 내년으로 늦춤으로써 재무적 완충 장치를 뒀다는 관측이다.

향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기 이전에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지분 인수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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