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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 공시체계 기본이 안돼있다 [thebell note]

원충희 기자공개 2017-07-05 10:51:03

이 기사는 2017년 07월 05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희 회사 연체율이 틀린 것 같은데요. 어디서 수치를 본 거죠?"

최근 '악순환에 빠진 카드사'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A카드사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연체율이 너무 높게 나왔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공인된 수치를 인용한 건데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니 황당한 노릇이었다. 잠시 실랑이를 벌였지만 대화 중에 곧바로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대환론(대환대출)의 포함여부다.

카드업계에서 대환론은 신용카드 연체금액을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것을 뜻한다. 연체자 가운데 일시에 갚을 능력은 없지만 상환의지가 강한 사람들을 선별해 천천히 나눠 갚게 하는 제도다. 카드사는 연체채권을 신규대출로 바꿔주는 만큼 연체율 지표에서 제외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연체율은 대환론을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금감원은 다르다. 대환론을 포함한 연체율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한번 연체가 된 채권을 대환론으로 전환하기 때문에 연체율에서 제외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와 감독당국 간의 시각이 평행선을 이루다보니 카드업계에선 2개의 연체율 지표가 혼용되고 있다.

이는 카드사 공시체계 문제의 한 단면일 뿐이다. 전자공시에 올라오는 사업보고서(분기·반기보고서 포함)에도 기준이 제각각이다. 가령 삼성카드는 마케팅비용에서 서비스비용 등을 제외하는 데 비해 롯데카드는 이를 포함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상 수치만 보면 롯데카드의 마케팅비용이 삼성카드보다 많다. 혹자는 이를 보고 롯데카드가 마케팅비용을 과도하게 쓴다고 오해할 수 있다.

또 다른 사례는 신용카드 결제로 얻는 신용판매수익에서 찾아볼 수 있다. KB국민카드가 공시한 신용판매수익에는 연회비수익이 포함돼 있지 않다. 반면 삼성카드의 경우 연회비를 신용판매수익의 일부로 보고 합산해 공시한다. 카드업계에서도 어느 게 맞는 개념인지 확답을 하지 못한다. 같은 용어지만 개별사마다 인식하는 기준이 다른 탓이다.

공시제도를 도입한 목적은 소비자,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여론과 시장의 자정압력을 받아 기업경영을 스스로 개선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공시는 당연히 정확한 사실을, 통일된 기준에 맞춰 알려야하는 게 기본이다. 8개 카드사의 공시체계는 확실히 기본이 안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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