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의 제안' NH증권 헤지펀드, 해외시장 넘본다 [thebell interview] 프롭트레이딩본부의 진화…내년까지 '1조 운용' 목표
이효범 기자공개 2017-08-21 10:30:30
이 기사는 2017년 08월 17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투자증권에 자주 사용되는 수식어 중 하나는 '국내 증권사 1호 헤지펀드 운용사'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이후 규제 완화로 증권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자 작년 8월 업계 최초로 헤지펀드 운용업을 등록했다.불씨를 당긴 건 임종룡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수년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던 프롭트레이딩본부가 자기자본 뿐 아니라 기관투자가들의 자금까지 운용할 경우 NH투자증권의 수수료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같은 구상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 NH증권 헤지펀드는 올 연말까지 6000억 원을 모집하고, 내년에는 1조 원 수준까지 몸집을 불릴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해외 유수의 헤지펀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금융당국, 증권사 헤지펀드 운용 허용…NH證 수수료 수익 창출
NH투자증권 헤지펀드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과 합병 논의가 한창이었다. 금융당국은 앞서 증권사 인수합병(M&A) 촉진 방안의 중 하나로 통합 증권사에 한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임 전 회장은 당시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NH투자증권의 프롭트레이딩본부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기자본을 운용하는데 국한됐던 프롭트레이딩본부에 헤지펀드 운용을 맡겨 기관투자가 등으로 부터 수수료 수익을 창출하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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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회장의 제안은 자기자본 운용에 그쳤던 프롭트레이딩본부가 헤지펀드운용본부로 거듭나게 된 계기였다. 이는 프롭트레이딩본부가 쌓아온 수년간의 성과가 밑바탕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 헤지펀드운용본부장(당시 프롭트레이딩본부장)(사진)이 조직을 이끌기 시작한 2010년부터 매년 17%~18%의 수익률을 달성,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 전 회장의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NH투자증권은 상당한 준비기간을 가졌다. 김원규 사장도 2014년 10월 NH투자증권 초대 사장에 취임 한 이후 헤지펀드 시장 진출을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해왔다.
2015년 말 금융당국이 증권사가 직접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한층 더 완화했지만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시장 진출에 머뭇거렸다. 일찌감치 시장 진출을 준비했던 NH투자증권은 20여명의 운용인력으로 구성된 헤지펀드운용본부를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재편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으로 2016년 8월 '국내 증권사 1호 헤지펀드'의 명함을 거머쥐었다.
이 본부장은 "임 전 회장이 수수료 수익을 함께 창출할 수 있도록 프롭트레이딩본부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이후 헤지펀드운용본부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설정한 헤지펀드는 'NH앱솔루트리턴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 제1호'이다. 자기자본 2000억 원과 기관투자가들로부터 1000억 원 가량을 모아 총 3000억 원으로 작년부터 운용을 시작했다. 롱숏, 에쿼티 롱, 이벤트, 컨버터블 아비트리지, 글로벌 매크로, 메자닌, 선물·옵션, 커버드콜 등 10여개의 다양한 전략에 기반해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글로벌 스탠다드 지향…주요 연기금 대상 세일즈 목표
이 본부장은 'NH앱솔루트리턴1호'를 글로벌스탠다드 헤지펀드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형 헤지펀드와 글로벌스탠다드 헤지펀드에 명확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며 선을 그었다.
한국형 헤지펀드와 핵심적인 차이점으로 △증권사의 자기자본 투자 △절대수익 추구 등을 꼽았다. 이처럼 차별화가 가능한 요인으로는 30여 명에 달하는 전문 운용인력과 막대한 자기자본 등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이 본부장은 "각자 다른 운용전략을 맡고 있는 16명 가량의 시니어 운용인력과 막대한 자기자본을 갖춘 증권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국내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이같은 방식을 벤치마킹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운용인력은 외부에서 영입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프롭트레이딩본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실력을 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이같은 인적·물적자원을 바탕으로 'NH앱솔루트리턴1호' 운용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만큼 철저하게 리스크를 헤지하는 멀티운용전략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곳이 한국이기 때문에 국내에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롱숏전략으로만 리스크를 헤지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숏 종목이 50여개에 불과하고, 대형종목에 몰려 있기 때문에 리스크 헤지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에 맞춰 멀티 운용 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은 내년까지 'NH앱솔루트리턴1호'의 운용규모를 1조 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운용 첫 해인 지난해 3000억 원을 모집했고, 올해 연말까지 3000억 원을 추가로 모집해 6000억 원으로 운용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현재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자금모집을 진행 중이다.
2018년 하반기에도 4000억 원을 추가로 모집해 운용 규모를 1조 원으로 확대할 전망이다. 1조 원으로 운용규모가 늘어나면 국민연금 등 국내 대형 연기금을 대상으로 세일즈에 나서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이 본부장은 "국민연금 등 국내 대형 연기금들은 대체투자본부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한다"며 "대부분 국내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보다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글로벌스탠다드 헤지펀드에 운용을 맡기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내 주요 연기금들이 해외 헤지펀드에 운용을 맡기는 것은 시각에 따라 국부 유출로도 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주요 대형 연기금들의 자금을 운용하게 된다면 양 측 모두 윈윈하는 구도가 된다"고 말했다.
'NH앱솔루트리턴1호'는 장기적으로 해외 유수의 헤지펀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게 목표다. 이 본부장은 "해외시장에서 유수의 헤지펀드들과 경쟁하는게 목표"라며 "나아가 해외 연기금들의 투자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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