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으로 끌려온 SK, 판세 뒤집을수 있을까 고객사 애플 포섭…협상 우위 '안간힘'
김일문 기자공개 2017-09-04 07:56:39
이 기사는 2017년 09월 01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도시바 메모리 M&A가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도시바측이 웨스턴디지털과 KKR을 포함한 경쟁 원매자에게도 협상 권한을 부여키로 하면서 판세가 SK하이닉스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탈은 컨소시엄에 고객사인 애플을 끌어들였지만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정관계 인맥과 영향력이 크다는 점, 반도체 관련 초대형 고객사란 면에선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도시바메모리 매각 작업이 사실상 원점에서 새로 시작되는 만큼 향방은 가늠하기 어렵다.
도시바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우선협상자격을 부여했던 기존 한·미·일 연합 외에도 웨스턴디지털과 KKR 컨소시엄,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등에게도 같은 권리를 주고 협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이에따라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한발짝 앞섰던 SK하이닉스 진영은 다른 원매자들과 다시 경쟁해야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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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SK하이닉스 측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SK하이닉스 컨소시엄도 이러한 도시바의 선택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개월 전 우선협상권을 부여받긴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었던 터라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SK 관계자는 "도시바가 부여한 우선협상권은 독점 권한(exclusivity)이나 협상 기한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우선 협상 자격이라고 보기 어려웠다"며 "경쟁자에 비해 협상 진도가 빨랐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권한을 주장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M&A의 우선협상권이란 법적 구속력(Binding)이 있기 마련인데, 도시바가 부여한 자격은 이러한 권한이 애초부터 없었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 컨소시엄에 우선협상자격을 줬지만 이후에도 웨스턴디지털이나 다른 원매자와 꾸준히 거래 조건을 주고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은 다른 원매자와 같은 출발 선상에 서게 됐다. 하지만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딜 종결력(Certaintity)이나 인수 의지 등을 놓고 봤을 때 경쟁자들에 비해 자신들이 앞서 있다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무엇보다 새로운 컨소시엄 주체로 끌어들인 애플에 기대하는 눈치다. 애플은 컨소시엄의 재무적투자자(FI)인 베인캐피탈이 섭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도시바 메모리 최대 고객사 가운데 하나다. 특히 애플은 웨스턴디지털에 비해 정관계 인맥과 영향력이 훨씬 큰 만큼 도시바와의 협상에서 반전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SK하이닉스 컨소시엄의 복안이다.
애플은 SK하이닉스에도 최대 고객중 하나다. 애플 입장에선 각종 부품 다변화 차원에서 SK하이닉스 및 도시바와 거래를 확대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 애플은 AP칩의 경우 삼성전자와 TSMC를 번갈아 발주하고 있으며 메모리반도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도시바 등을 모두 거래한다. 원매자 컨소시엄에 애플이 포함돼 있는 것은 도시바 입장에서도 향후 거래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등장이 국면 전환은 될 수 있으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의 승리를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웨스턴디지털 쪽에 빼앗길 뻔했던 딜의 헤게모니를 가까스로 붙잡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들어오더라도 도시바메모리 M&A 결과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거래는 고객사(애플)와 경쟁사(SK하이닉스), 파트너사(웨스턴디지털)가 뒤엉켜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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