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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씨엔씨 유증 논란 '문제는 신뢰' [thebell note]

박창현 기자공개 2017-09-21 08:22:02

이 기사는 2017년 09월 19일 07:3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샤' 브랜드로 유명한 화장품 제조업체 에이블씨엔씨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달 초 1500억 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단행하는데도 주주들에게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에이블씨엔씨 측은 자금 사용처는 업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연간 투자 규모와 사용 목적을 상세히 밝히면 경쟁사들이 이를 악용해 대응 전략을 펼칠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주주들과 시장의 불만은 커졌다.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포함) 1113억 원, 부채비율 28%,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294억 원의 초우량 기업이 왜 갑자기 자본금을 2배 가까이 늘리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유상증자 완료시 주당 순이익(EPS)이 최대 48%까지 희석된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시장의 지적 탓인지 에이블씨엔씨는 공시 발표 나흘 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담은 자금 사용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점포 리뉴얼과 신규 점포 투자, 연구개발, 마케팅 등 세부 사항을 나눠 자금 사용 목적을 설명했고, 연간 예상 투자액도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미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에이블씨엔씨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눈은 최대주주인 'IMM PE'로 항했다. 이번 유증이 IMM PE의 지배력 강화와 더 나아가 에이블씨엔씨 자진 상장폐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근거들도 설득력이 높다. 지분 희석 우려 탓에 주가가 낮은 상태에서 유증이 진행되면 발행 주식수가 늘어난다. 지배 주주 입장에서는 같은 금액을 들이고도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일반 주주들이 유증에 불참하면 지분율 희석 반사 효과까지 누리게 된다. 또 IMM PE를 포함한 구주주들은 실권주 발생시 최대 20%까지 추가로 물량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증자도 주주 배정 방식으로만 진행된다. 대주주가 쉽게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재료들이 산적해 있다.

IMM PE는 앞서 자진 상장폐지를 염두에 두고 공개매수를 시도한 전력이 있다. 자진 상폐는 이미 공개된 카드다. 그럼에도 일련의 후속 거래가 이와 관련이 없다고 하면 어느 주주가 믿을까. 아니라면 이 오해들을 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에이블씨엔씨와 미샤는 소비자와 시장의 신뢰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 고리를 끊는 것은 결코 투자자 입장에서도 옳은 선택이 아니다. 브랜드와 기업 가치, 더 궁극적으로는 자금 회수 문제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투자도, 기업 운영도 신뢰가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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