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법인자금 위탁운용 'OCIO' 공략한다 '사상최대 유보금' 효율적 운용 수요…신한BNPP, A社 위탁운용사 선정되기도
최은진 기자공개 2017-12-20 09:38:00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8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법인자금 위탁운용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국내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효율적 자금 운용에 대한 기업 고객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9월 신한BNPP운용이 중견기업의 자금운용 주관사에 선정된 것이 신호탄이 됐다.◇ 미래·삼성·신한BNPP운용 등 'OCIO' 마케팅 강화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운용은 조만간 일반기업의 자금운용만을 전담하는 '기업솔루션팀'을 새롭게 꾸릴 계획이다. 올들어 기업 고객들이 자체자금 운용을 위해 컨설팅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외부위탁운용(OCIO,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 시장을 겨냥한 행보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둔 사내 유보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금융상품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OCIO 시장의 성장도 가시화 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늘어난 만큼 현금성 자산도 확대되고 있다고 판단, 투자 여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이 700조 원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기업들이 이익잉여금을 투자나 연구개발 등으로 활용하지 않고 불확실성에 대비해 사내에 쌓아두는 경향이 커지면서 효율적 운용에 대한 수요도 확대됐다"며 "올들어 기업이 직접 자산운용사에 위탁운용을 문의해 오는 등 기존과는 다른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래에셋운용 외 신한BNPP운용, 삼성운용, KB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OCIO 시장 확대를 대비해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판매사 거치지 않고 기업-운용사 직접 계약…기업 재무여건 고려해 운용
OCIO 시장은 기업들이 판매사인 은행이나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운용사와 직접 계약을 맺어 자사 재무여건에 맞는 상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기존과 다른 새로운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과거에는 판매사들이 기업고객들에게 예적금, MMF, 펀드 등 이미 만들어 진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운용사는 각 해당 상품 전략에 맞게 운용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사모펀드 시장이 확대되고 운용사들의 연기금 위탁운용 경험치가 높아지면서 기업과 운용사가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계약을 맺는 형태로 발전했다. 과거와 다르게 판매사는 그저 계좌를 터주는 역할에만 그친다.
기업은 운용사에 목표수익률과 투자자산, 투자기간 등의 기본적인 정보를 주면 운용사가 그에 맞게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를 토대로 기업과 운용사는 협의를 거쳐 투자자산을 결정하고 자금을 집행한다.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주가 된다. 법인자금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는 기업의 재무상황, 여건, 추이 등을 살피며 운용전략을 탄력있게 조정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운용사에 자금을 위탁하면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재무여건 등 경영상황에 따라 운용에 직접 개입하며 조절할 수 있다. 운용사는 판매사를 거치지 않고도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다.
OCIO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탄은 올 9월 있었던 게임개발기업 A사(社) 사례다. A사는 약 3000억 원 규모의 위탁운용을 담당할 금융사로 삼성증권과 신한BNPP운용을 선정했다. 당시 신한BNPP운용은 삼성운용과의 경쟁에서 글로벌 투자 노하우 등을 내세우며 주관 운용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기존에도 흥국운용 등과 해외채권, 채권형 헤지펀드 등을 거래하며 활발하게 금융상품 투자에 나섰던 곳이다. 그러나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형태로 자금을 운용하다보니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아예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운용자산 대부분은 채권과 ETF로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사 사례처럼 자금을 아예 운용사에 위탁해 운용하고자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자사 경영여건에 맞게 자금을 굴리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에는 판매사가 주가 되고 운용사가 뒷단에 있었으나 최근에는 운용사가 직접 기업과 소통하고 판매사가 계좌만 터주는 방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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